반복, 되풀이
살고 또 살아내다 보니, 서른일곱이라는 나이에도 다시 취업을 했다.
누군가 “어쩜 그렇게 자주 이직을 하느냐”라고 묻는다면, 예전 같으면 온갖 변명을 늘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단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다, 내가 못나서 그래”
뒤늦게라도 그 사실을 깨달은 것이 다행일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입사 첫 주, 그리고 그다음 주, 조금은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 일로 마음을 접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견디고 넘어보니, 이곳에서 조금 더 오래 다니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하는 일은 십여 년 전, 첫 직장에서 불쑥 맡겨졌던 경리 업무다.
그때 나는 그 일이 싫어서 도망치듯 회사를 떠났다.
세월이 지나 다시 같은 일을 마주한 지금, 마음가짐은 완전히 다르다.
피하지 않고 잘 해내어, 그 시절의 어리석음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싶다.
그때 조금만 버텼더라면, 지금쯤 나는 다른 길을 걷고 있었을까.
아마 같은 일을 두 번 마주한 건, 결국 내가 꼭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크다.
오랫동안 고립된 생활 끝에 어렵게 마음을 열고 선택한 자리다. 함께 일하는 이들이 좋고, 배우는 것이 많아, 이 선택을 더 오래 지켜내고 싶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하다. 주어진 일을 조금 더 꼼꼼히, 조금 더 책임감 있게 해내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자리를 쉽게 놓치지 않는 것.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자리’를 얻기 위해 살아온 것 같다.
지금 이곳에 앉아 있는 것조차, 어쩌면 지난 모든 날들의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 이유들을 차근차근 기록해 보기로 했다.
** 사진: Unsplash의Alesia Kazantce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