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살이 2막 시작
첫 번째 독립의 실패를 혹독하게 겪은 뒤, 잠시 고향집으로 후퇴했다.
그리고 2년 뒤, 취업을 하면서 회사 근처에 원룸을 구했다.
고시원 생활을 뒤로하고 시작한 첫 직장.
잦은 지하철 연착과 회식, 야근으로 출퇴근이 버거워지자, 다시 자취를 결심했다.
이번엔 한 단계 성장한 만큼, 조금 더 나은 원룸을 찾고 싶었다.
집을 보러 다닐 때는 고시원에서의 더러움에 질려 있었는지, 급하게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깨끗하고 깔끔한 집만 눈에 들어왔다.
자취방 카페를 뒤적이다 우연히, 지은 지 얼마 안 된 신축 원룸의 첫 입주자를 찾는 임대인을 발견했다.
운 좋게도 깨끗하면서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방이었다.
서울 한복판에 보증금 300만 원, 월세 35만 원이라니.
게다가 부엌과 현관, 방이 분리된 구조의 원룸이라 혼자 지내기에 딱 좋았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나만의 낭만을 펼쳐내기엔 충분할 거라 생각했다.
그 집으로 결정하고, 고향집에서 간단히 짐을 싸 다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게 잡았던 삶의 균형은 일렁이기 시작했고, 결국 파도로 바뀌었다.
원룸은 고시원보다는 나았지만, 건물 복도며 화장실 환풍구 사이로 바퀴벌레가 출몰했고 옆집 소음에도 시달렸다.
고시원에서는 신경 쓰지 않았던 일들이 새삼스러웠다.
세제를 사고, 휴지를 사고, 사소한 소비들이 쌓여가는 게 놀라웠다.
끼니를 챙기는 일조차 큰일이었다.
작은 틈으로 들어온 바퀴는 밤마다 내 방을 습격했다.
게다가 옆집에서 새는 물이 내 방 벽까지 스며들었다.
주인에게 말해도 개선되지 않아 부동산 중개인에게 상담했더니, 돌아온 답은 “그럴 땐 욕을 하세요”였다.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차마 그렇게 하진 못했다.
그런 생활을 3개월쯤 지속하다 참다 못해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집을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진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집은 조금 가파른 언덕 위에 있었다.
살아야 했기에, 운동이라 생각하고 비탈길을 올라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했다.
이번엔 투룸이었다. 다만 모든 것이 헌것이었다.
누렇게 색이 바랜 세탁기와 냉장고, 뒤통수가 두툼하게 튀어나온 TV, 세면대 없는 욕실까지.
그때 깨달았다.
기준이 ‘생존’이 되면, 가릴 게 없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그때 그 집에 살아야 했다.
그 집을 보러 갔을 때 만난 가족이 생각난다.
모녀와 흰색 말티즈 한 마리가 있었고, 원래는 아들까지 네 가족이 함께 살았다고 했다.
살림이 어려워져 아들은 지방으로 내려갔고, 엄마는 식당일을 위해 고시원으로, 딸은 남자친구와 살기 위해 원룸으로 나간다고 했다.
자세한 사정은 몰랐지만, 나보다 더 힘든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강아지는 아직 살아 있을까.
그 가족은 다시 모여 살게 되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첫 독립의 실패를 딛고 다시 시작한 자취 생활은
웃기고 황당했지만, 동시에 살아남기 위한 훈련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