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시시각각, 그 사람이 떠오르는 순간이 있다.
떠오름이 공포로 바뀌면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가슴이 욱신거린다. 머릿속 혈관이 한가운데로 조여드는 느낌이 든다.
등기부등본
아무 관련도 상관도 없는 순간에, 그러니까 월마감을 처리하다 문득 그가 동생에게서 뜯어낸 집이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궁금해졌다.
상태라 함은, 집의 소유주가 바뀌었는지 아닌지였다.
궁금증은 평소 찾고 기다리는 일을 싫어하는 내 뇌를 순식간에 깨웠다.
바쁜 와중에 한 단어가 번쩍 떠올랐다.
경매
그의 동생이 그 일이 있었을 때, 그 집을 경매에 내놓을 거라고 말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 집은 경매 사이트와 여러 부동산 블로그, 카페에 게시돼 있었다.
일하다 말고 포털사이트에 집 주소와 동·호수, 그리고 경매라는 단어를 함께 검색했다.
별표로 가려진 글자만으로도 나는 그 집의 등기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사건번호
2000 파경 00000
소재지
oo도 oo시 ooo동 ooo호
법원
지방법원
감정가
200,000,000원
최저가
150,000,000원 (70%)
입찰보증금
20%
입찰기일
0000년 00월 00일
채무자
김**
등기권리
근저당 2건, 가압류 1건, 압류 1건
점유
임차인 점유 1000/70
간략한 정보만으로도 상황알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았다.
근저당 : 6,500만 원 대부업체 소멸
근저당 : 5,400만 원 카드사 소멸
가압류 : 1,500만 원 보험사 소멸
압류 : 시청 소멸
짐작은, 80살 평생에 처음 거머쥔 그의 집이 사라졌다는 사실로 바뀌었다.
어떻게 이 불현듯 한 찰나에 이런 기억과 궁금증을 떠올리고 곧장 행동까지 할 수 있었는지, 하루가 지난 지금도 어안이 벙벙하다.
모르는 게 약일 텐데도 기어코 알고 싶어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의 안부였을까.
아니면, 이미 사라진 집의 흔적을 더듬어 본 나의 부질없는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