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마리 동시사육 동물실험동 문 연 카이스트

문지캠에 총사업비 300억원 투입…NGO "동물실험은 비윤리·비과학적"

by 이영일
HRTRSRT.jpg ▲지난 15일 대전 유성구 소재 한국과학기술원 문지캠퍼스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첨단의과학 동물실험동 조감도. ⓒ 카이스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대전 문지캠퍼스에 국내 최대 규모 첨단의과학 동물실험동을 조성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동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동물실험이 비윤리적이고 비과학 행위라는 이유인데, 첨단 의학 발전의 디딤돌이라는 주장과 비윤리적 동물학대 주장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카이스트 의과학연구센터는 지난 15일 대전 유성구 문지캠퍼스에서 이광형 총장을 비롯해 교직원·학생·공사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물실험동 준공식을 열었다. 문지캠퍼스를 세계적 바이오메디컬 연구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카이스트, 축구장만 한 첨단의과학 동물실험동 조성… 동물 7만 마리 동시사육


총사업비 300억원이 투입된 동물실험동은 연면적 6,585.36㎡(1,992.07평) 규모로 건립돼 축구장 1개 면적과 맞먹는 국내 최대급 동물 연구 인프라를 갖췄다. 지상 1~4층으로 구성된 이 시설은 국제 기준을 충족하는 최대 동물 연구 환경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61997_42982_011.png ▲15일 대전 카이스트 문지캠퍼스에서 열린 첨단의과학 동물실험동 준공식에 참석한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등이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 카이스트


카이스트는 "건물 전반에 SPF(Specific Pathogen Free) 등급을 적용해 청정 상태를 유지하며 층별로 용도를 세분화했다. 1층은 행동·대사·영상 분석 구역이 2층은 일반 실험 구역, 3층 계통 보존 구역, 4층 감염 동물 실험이 가능한 생물안전 2등급(ABSL-2) 구역 등으로 꾸며져 연구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밝혔다.


동물실험동은 국내 단일 시설 최대 규모로 1만 4000개 사육 케이지(IVC)에서 최대 약 7만 마리의 실험동물을 동시에 사육할 수 있다. 또 유전자 변형 마우스 제작, 인간 질환 모델링, 신약 후보 효능 평가 등 고난도 연구가 가능해 의학계에서는 뇌과학·면역학·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성과 창출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이스트는 문지캠퍼스를 바이오메디컬 특화 캠퍼스로 만들기 위해 본원에 있던 의과학대학원과 의과학연구센터를 올해 초 문지캠퍼스로 이전해 의사과학자 양성과 혁신 신약, 첨단 의료기술 개발의 전진기지로 키우려는 계획을 밟아가고 있다.


동물단체들 거센 반발 "동물실험은 비윤리적이고 비과학적, 최대 규모 동물실험시설 준공 규탄"


61997_42983_042.jpg ▲6월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비건플래닛, 한국채식연합 등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동물실험 중단과 동물대체시험법 도입"을 촉구했다. ⓒ 한국동물보호연합


하지만 동물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한국동물보호연합과 동물의목소리, 동물에게자비를, 동물을위한전진, 카톡동물활동가는 18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동물은 실험용이 아니다. 동물실험은 비윤리적이고 비과학적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동물실험시설 준공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과 유럽연합 등은 고통E등급 동물실험이 약 10% 내외다. 고통D등급과 고통E등급을 합해도 약 20%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동물실험이 얼마나 비윤리적이고 잔인한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은 지난 6월 2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공개한 '2024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실적·실험동물 사용실태'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에서 459만 2958마리가 동물실험에 사용됐는데 고통E등급 동물실험에 236만 4100마리가 사용, 전체의 51.5%였고 고통D등급 동물실험에도 131만 5849마리가 사용됐다. 고통E등급 동물실험은 실험동물의 고통이 가장 극심한 상태를 나타낸다.


이들 동물단체들은 "고통E등급 동물실험은 마취제나 진정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실험이다. 2024년 고통D·E등급을 합하면 367만 9949마리로 전체의 80%가 넘는다. 이는 10년 사이 200만마리 이상 증가한 수치"라며 이런 상황에서 카이스트가 대규모 동물실험동을 추진하는 것에 강한 반발감을 나타냈다.

61997_42984_16.jpg ▲파란색 도형은 실험동물 총량을 나타내고 주황색 그래프는 고통E등급 비율을 뜻한다. ⓒ 농림축산검역본부


미국 식품의약국 FDA,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 단계적으로 폐지...하지만 우리나라는?


동물단체들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동물실험의 비윤리성, 비과학성의 사회적 논란으로 동물실험 감축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미국 식품의약국 FDA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고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도 연말까지 원숭이 사용 연구를 단계적으로 종료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도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자 로드맵을 마련, 회원국과 공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특별히 동물실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나 논란이 크지 않아왔고 국회에서도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지만 계속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어 큰 관심을 받지 못해 온 것으로 보인다.


동물단체들은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다. 동물실험을 통과한 신약의 약 95%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실패한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추세에 맞춰 오가노이드(Organoid)와 인공지능(AI)등 동물실험 대체 모델을 활용한 동물대체시험법을 적극 개발해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ttps://www.ingo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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