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와 진보 3당, 1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
이재명 대통령이 첨단전략산업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며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규제 완화를 지시하자 정부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금융리스업) 보유를 허용하고 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을 현행 100%에서 50%로 대폭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배경에는 오픈AI 샘 알트만 CEO가 지난 10월 1일에 방한해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 샘 알트만 CEO가 SK하이닉스에 2029년부터 대규모의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요청하고 최태원 회장이 이에 대한 투자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를 이 대통령에게 요청한데에 있다.
이 대통령도 금산분리 완화 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 움직임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금산분리란 금융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이 금융기관을 소유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이다. 기업이 금융기관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될 경우 모기업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이 감시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져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이같은 정부 움직임이 보이자 시민사회와 진보 3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금산분리 완화는 SK하이닉스 투자를 핑계로 최태원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용이자 맞춤형 특혜라는 것.
시민사회와 진보 3당 "이재명 정부 왜 이러나, SK최태원 회장 위한 맞춤형 특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참여연대, 금융정의연대, 금융과미래,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은 18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SK 특혜 금산분리 완화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사실상 "재벌의 금융 사금고화를 허용하는 위험천만한 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현수막에는 '이재명 정부 왜 이러나'라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는 첨단산업 육성이 아니라 SK그룹 총수의 지배력 유지를 위한 맞춤형 특혜다.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를 초래하는 재벌 금융 사금고화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김찬휘 녹색당 공동대표도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국민에게 전가하는 재벌공화국을 강화하는 조치다. 정부는 즉각 SK 맞춤형 특혜를 백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반도체 투자를 명분으로 한 금산분리 완화는 산업 경쟁력과 무관한 SK그룹 맞춤형 규제 완화에 불과하다. 정부는 재벌 지배력 강화를 초래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위험한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제 풀면 삼성전자나 SK그룹 등이 펀드를 조성해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등에 쓸 수 있어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공적 자금과 금융 시스템이 결합된 구조에서는 개별 기업의 투자 판단이 곧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정책적 리스크로 전환된다. 수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금융·공공 영역에 떠넘기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한영섭 금융과미래 대표는 "금산분리는 재벌을 옥죄는 규제가 아니라 기업 실패의 위험이 금융을 타고 시민의 빚과 실업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정부는 재벌의 지배력을 지켜주기 위해 금융을 우회 통로로 쓰는 시도를 중단하고 시민의 삶을 보호하는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지주사 체제인 대기업은 직접 펀드를 운용할 수 없다. 그 외 은행 대출 또는 회사채 발행은 규모가 한정적이라 기업들은 금산분리를 자금 조달 장벽으로 꼽고 있다. 그런데 이 규제를 풀면 삼성전자나 SK그룹 등이 펀드를 조성해 대규모 반도체 공장 건설 등에 쓸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등은 지분 소유한도를 정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고 일본과 호주 체코, 포르투갈, 싱가포르, 러시아, 노르웨이, 중국, 루마니아, 베네수엘라,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일정한도를 초과할 때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자국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제도적 규제를 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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