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적극 검토' vs. 성평등가족부 '신중론'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를 국무회의에서 논의해보자고 지시하면서 관련 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입장이 엇갈리고, 시민사회와 지방의회까지 가세하며 찬반 여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법무부·성평등가족부·대검찰청 업무보고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요즘 보면 '나는 촉법소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 된다'며 사고를 치고 다니는 영상도 있더라"며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에 대해 내부 검토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범죄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단순한 교육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법무부 차원의 공식 입장은 정리되지 않았다고 전제했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반면 같은 자리에 참석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원 장관은 "청소년을 보호와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서는 숙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촉법소년 제도를 둘러싼 법무부와 성평가족부의 시각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촉법소년 범죄 증가... 강력범죄도 늘어
현행 촉법소년 제도는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아동을 형사미성년자로 규정해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가해 촉법소년의 보호자는 치료비나 위자료 등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촉법소년 범죄는 최근 몇 년 사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월 6일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촉법소년은 2022년 1만 6435명에서 2024년 2만 814명으로 2년 새 26.6% 증가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강간·강제추행이 같은 기간 557명에서 883명으로 58.5% 증가했고, 절도는 7874명에서 1만 418명으로 32.3% 늘었다. 폭력 범죄 역시 4075명에서 4873명으로 19.6% 증가했다.
이처럼 촉법소년 범죄가 늘고 일부 범죄가 흉포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청소년 범죄 예방 및 사회 안전 확보를 위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결의안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무소속 의원들이 함께 동의하며 초당적으로 추진됐다. 인천시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에서 결의안을 의결한 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촉구 결의대회도 열었다.
인권위·시민사회 "근본 해법 아냐" 반대
반대로 국가인권위원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오고 있다. 앞서 2022년 당시 법무부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인권단체와 청소년 단체들의 반대로 추진되지 못한 바 있다.
한국YMCA전국연맹과 한국YWCA연합회, 한국청소년정책연대 등은 당시 "연령 하향이 소년범죄 예방이나 재범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유엔아동권리협약에도 반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처벌보다는 회복과 사회 복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관련 기사: 법무부 '촉법소년 연령하향' 추진... 인권위·청소년단체 반대 https://omn.kr/21czg)
최근 장애인과 아동 등 특히 취약한 상태의 범죄 피해자를 법률 지원하는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가 자신의 SNS를 통해 "소년사법을 여론몰이나 탑다운 방식으로 다루는 것은 아동인권을 가볍게 취급하는 태도"라며 대통령 발언에 우려를 표해 주목을 받았다. 김 변호사는 "흉악범죄는 전체 소년범죄의 5~8%에 불과하다"며 "일부 사례를 근거로 전체 제도를 바꾸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로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를 본격 검토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촉법소년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범죄 예방과 아동 보호, 인권 보장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