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만에 누명 벗은 89세 사형수

마지막 사형 집행 28년 되는 30일 사형제 완전 폐지 요구

by 이영일
rgr.jpg ▲연석회의가 11월 사형장 터가 보존돼 있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제23회 세계사형반대의 날’ 빔버파이징(조명 퍼포먼스) 행사를 개최했다.ⓒ 천주교 인권위원회


2025년 12월 30일은 우리나라에서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 이후 28년이 경과한 날이었다. 1997년 12월 30일 전국에서 23명의 사형수에게 사형이 집행됐다. 이후 아직까지 사형 선고는 됐어도 실제 집행은 30년 가까이 되지 않아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마지막 사형 28년이 되는 30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와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등 14개 종교·인권·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아래 연석회의)가 공동으로 사형 폐지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아니라 사형제도 폐지를 공식화하라는 것.


연석회의는 공동 성명에서 "대한민국은 28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임에도 여전히 많은 법률에 사형제도를 유지시키며 책임 있는 결단을 미루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인간의 존엄과 생명권 그리고 국제인권기준을 지켜야 하는 책임을 회피해 온 결과"라면서 더 이상의 지연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완전한 사형 폐지 결정 못 내리는 이유는


우리나라는 법적으로는 사형제도가 지금도 존재한다.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돼 있는 수용자도 있다. 하지만 2016년 이후에는 사형 확정 판결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처참하게 사람을 살해하거나 아동청소년,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잔인하게 살해하는 흉악범죄가 증가하면서 최후의 형벌로서 사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사람을 극악하게 살해한 범인의 인권도 중요하다고 한다면 그로 인해 억울하고 잔인하게 숨진 피해자의 인권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사회적 응보 감정도 작동할 때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사형제도가 생명권의 절대성과 헌법 가치, 국제 인권 규범상 맞지 않다는 주장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연석회의에 따르면 세계 113개국은 사형제도를 폐지했고 실질 사형폐지국가(10년 이상 사형 미집행)까지 포함하면 145개국이다. 50여개 국가가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20개국만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연석회의는 "사형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돌릴 수 없는 형벌이다. 오판의 가능성,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의 구조적 불평등, 사회적·정치적 입장에 따른 영향 등은 사형제도가 유지되는 한 피할 수 없는 위험 요소다.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국민의 생명을 박탈하는 순간 정의는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58년 만에 누명 벗은 일본 89세 사형수 하카마다 이와오씨


IE003565604_STD.jpg ▲58년 만에 살인 누명을 벗은 일본 88세 사형수 하카마다 이와오씨. ⓒ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연석회의는 사형제도가 폐지돼야 하는 이유를 일본에서 48년 동안 수감돼 세계 최장기 복역 사형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던 하카마다 이와오(89)씨의 사례를 제시했다.


하카마타씨는 일본의 전직 권투 선수로, 1966년 8월에 자신이 일하던 된장제조회사의 전무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방화한 혐의로 1980년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첫 재판부터 경찰의 강압에 의한 자백이라며 무죄를 주장했고 1981년 재심과 2008년 기각, 이후 다시 재심을 거치며 수사기관에 의한 증거조작이 있었음이 밝혀져 2014년 3월 석방됐고 지난해 10월 무죄가 확정됐다. 그는 무려 47년 7개월 간 구속돼 있었다.


연석회의는 "사형이 집행됐다면 하카마다 이와오씨는 다시 담장 밖에서 가족들을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형제도를 계속 존치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가 국제인권 기준과 멀리 떨어져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고립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연석회의는 국회를 향해 모든 법률에서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선택의정서를 비준할 것과, 정부에는 사형집행 중단을 공식 선언하고 대체 형벌 도입 등을 위한 숙의 공론화 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헌법재판소에도 사형제도의 위헌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어떤 선택을 할까 갈림길에 서 있는 모양새다. '사실상 사형 폐지국'에서 '사실 사형폐지국'으로 갈 것인지 혹시 모를 응징을 위해 여지를 남겨놓고 계속 갈 것인지 대한민국 정부와 사회는 그 숙제 앞에 그 답을 내놔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사형제도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 참여단체]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불교인권위원회, 사형제폐지불교운동본부,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원불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등과연대로!인권운동더하기,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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