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거시 텐(Legacy 10) 확산되려면?

시민 53.3% "상속세 감면 포함한 유산기부 관련 법이 제정되면 한다"

by 이영일
KakaoTalk_20260122_103757763.jpg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 텐(Legacy 10)’ 제도 도입에 관한 정책 토론회 모습. 월드비전


우리나라에도 영국의 유산 기부 캠페인인 ‘레거시 텐(Legacy 10)’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레거시 텐은 자발적으로 유산의 10%를 자선단체 등에 기부할 시 상속세율을 인하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산 기부가 그렇게 활발하지는 않다. 영국의 유산기부 비중이 약 30%에 이른다고는 하는데 이 수치를 단순 비교하는데에는 여러가지 따져볼 것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산을 자녀에게 남기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워낙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온 세대들이 많았기에 생긴 특이한 문화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기부금 가운데 유산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제는 이 유산 기부를 통해 공익 재원을 확대하고 사회적 양극화 완화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223044_224921_2554.jpg ▲기아대책 유산 기부자 모임인 ‘헤리티지클럽’ 1호 후원자 고 설순희님 모습. 희망친구 기아대책


가장 최근에 나온 목소리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의 레거시 텐 제도 도입에 관한 정책 토론회’에서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한국세법학회·웰다잉문화운동·한국비영리학회·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공동으로 연 토론회에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산을 기부하려 해도 상속세가 높아 부담스럽다는 것이 요지인데 이같은 현상은 상속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주어질 경우 유산기부를 하겠다는 설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시민 53.3% "상속세 감면 포함한 유산기부 관련 법이 제정될 경우 기부 의향 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12월 실시한 ‘2025 유산기부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53.3%가 상속세 감면을 포함한 유산기부 관련 법이 제정될 경우 기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제도와 무관하게 유산기부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29%였지만 상속세 감면 등 제도적 유인이 제시될 경우 기부 의향은 53.3%로 크게 높아졌다. 이는 유산기부 확산을 위해 상속세 감면 등 실질적인 세제 혜택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21일 국회 토론회에 참가한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고통받는 사람이 고통을 적게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산기부를 통해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3044_224922_2628.jpg ▲밀알복지재단 초대 이사장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 밀알복지재단


이어 "기부자의 선의에만 의지하지 않고 세액 공제도 해주면서 유산기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제도적 뒷받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밀알복지재단 초대 이사장이자 한 평생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을 해온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2022년에 13억 상당의 유산을 실제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산 기부 캠페인은 진행되고 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은 2015년부터 자신의 유산 일부를 기아대책에 기부했거나 기부를 약정한 유산기부자 모임인 헤리티지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도 유산기부자를 위한 별도의 전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전문가들과 협력해 유산기부의 설계부터 사후 집행까지 최적의 유산기부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고 월드비전도 지난달 유산기부 전문 클럽인 ‘밥피어스 레거시 클럽(Bob Pierce Legacy Club)’을 공식 출범하며 유산 기부운동에 뛰어 들었다.


가족 중심의 유산 상속 문화가 워낙 크게 작용하고는 있지만 상속세나 증여세 문제를 알기 쉽게 제공한다거나 그 제도상 절차가 쉬워진다면 국내 유산 기부운동도 확산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2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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