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경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인터뷰

세계 최대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조희경 신임 사무처장 선임

by 이영일
223526_225403_412.jpg ▲조희경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 이영일 기자

1961년 영국에서 설립, 현재 전 세계 160여 국가에서 인권 보호와 정의 실현을 목표로 활동하는 국제 비정부기구로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1972년 설립돼 한국지부가 활동하고 있다. 현재 상근 활동가는 35명, 후원 회원은 3만명에 이른다. 국내·국제 인권 문제를 조사해 사실을 알리고 인권 침해를 공론화하는 활동 외에도 디지털 성폭력 대응, 표현의 자유, 난민권, 성소수자 권리 등 다양한 이슈로 사회적 관심과 변화를 촉구해 오고 있다.


<한국NGO신문>은 최근 취임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조희경 신임 사무처장을 1월 28일 서울 종로구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실에서 만나 포부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대기업 엘리트에서 비영리단체로 이직···"꿈을 향해 나아가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불평등에 대해 민감한 환경 속에서 자랐습니다. 아버지가 장손이셔서 아들을 낳아야 된다는 생각이 높았는데 딸을 4명을 낳으셨고 제가 장녀였습니다. 할머니께서 선호 사상이 굉장히 높으셔서 어린 시절부터 ‘왜 딸도 아들과 동일한데 다르게 대우를 받아야 하지’라는 의문을 갖고 성장하면서 남녀평등에 대한 강한 도전 의식이 있었답니다.”


조 처장은 처음부터 사회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삼성건설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입사해 보니 군대 문화의 남성 중심 문화가 지배하고 있었는데 어떤 회의를 갔더니 900여명이 모인 자리에 여성은 조 처장 혼자였다. 당시 기분은 동물원 원숭이를 보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3년만 일하면 스스로에게 상을 줘야겠다 생각으로 치열하게 일해 초고속 승진을 두 번이나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원래 하고 싶었던 건 사회에 기여를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이에 ‘직장 내 승진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었다’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비영리단체로 이직했다.


“회사를 그만두고 어린이들이 가난으로부터 자기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함을 돕는 한국컴패션에서 5년 정도 일을 했어요. 그러면서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상을 보게 됐죠. 그러다 보니 성차별만이 문제가 아니라 가난이라는 것도 사람의 기본권을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인권의 문제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이후 유니세프에서도 일을 하면서 저에겐 굉장히 인생의 큰 도전을 가져오게 됐어요.”

223526_225404_4619.jpg ▲조희경 사무처장은 처음에 삼성건설에 입사했지만 ‘직장 내 승진 성공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었다’라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비영리단체로 이직을 한다. 이영일 기자


한국컴패션과 유니세프를 거친 조 처장은 지난해에는 9개월 정도 북한 여성 인권 캠페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동안 생각했던 인권의 범위가 넓어지는 경험을 한다. 실제 현장에서 인권이 침해돼 가고 있는 것들을 많이 보게 되면서 뉴욕에서 전시회를 하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권을 알리는 데 작은 기여라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것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으로 오는 데 가장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제가 그 프로젝트를 할 때 아주 감동 깊게 봤던 것이 북한 여성 인권에 대한 책을 국제앰네스티가 발간했더라고요. 탈북하신 분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들을 갖고 북한의 인권의 현황을 만들어 놓은 책인데 사실 국내에 북한의 인권에 관한 그렇게 깊은 인사이트를 가진 자료가 없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굉장히 감동을 받았고 앰네스티의 활동을 주의 깊게 보게 됐죠.”


기후 위기, 인권에 중요 아젠다···디지털 시대 새로운 인권 이슈 주목


“제가 생각하는 현재 인권 상황은 과거에 비하면 확실히 제도적인 부분에서 일정 부분 작동을 하고 있지만 그 원칙들이 일상에서 시민들이 체감하고 누구나 실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군부독재를 거치면서 시민 중심의 민주주의 변화를 이끌었던 역사적인 경험들이 지금 현재 한국의 인권 상황을 평가하는 하나의 바로미터가 되는데요. 실제 시민들이 일상에서 누구나 체감하느냐 그 단계로 넘어가는 그것이 바로 이제 한국 인권의 다음 과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 처장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불평등함이 없이 평등하게 보호받았는지와 함께 기후 위기가 인권에 굉장히 중요한 하나의 아젠다라고 설명했다. 기후 위기를 단순하게 환경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봐서는 안 되고 인간에게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봐야 한다는 것.


조 처장은 그러면서 지난해 초 발생한 경북 대형 산불을 예로 들었다. 30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고 엄청난 규모의 피해가 있었는데 동일하게 피해가 보장되고 그 이후에 구제 과정이 평등이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은 여전히 취약계층으로서 소외됐는지 그런 부분을 보면 기후 위기라는 부분은 정부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굉장히 심각한 기본권이자 인권의 문제라고 보여진다는 설명이다.

223526_225407_5536.jpg ▲조희경 사무처장은 올해 디지털 인권 문제에 더 집중하고 무기 거래와 기업 책무 분야도 주요 인권 이슈로 다룬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영일 기자


“제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인권의 이슈입니다. 2025년은 모든 화두가 AI 기술이었죠. 그런데 그 과정에서 디지털 성폭력, 딥페이크 문제들이 새로운 성폭력 성착취 문제로 커지고 있는 거죠. 좀 더 나아가면 그 AI 기술이 학습을 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침해가 일어났었고 그런 학습하는 과정에 디지털 노동자라고 하는 노동 인권 문제가 또 새로운 이슈가 드러나고 있어요. 이런 과정 안에서 저희 앰네스티는 디지털 매체에 기반한 성폭력에 좀 더 집중해 실제 현장에서 피해를 당했을 때 실제적으로 보호받고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앰네스티 사랑하고 지지하는 후원자와 시민의 힘 바탕으로 포부 그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디지털 매체 기반의 성폭력 중심으로 2022년부터 지속적인 활동과 캠페인을 벌여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디지털 성폭력 대응 캠페인의 일환으로 온라인 플랫폼 ‘Safer Online, Stronger Together’를 론칭하기도 했다.


이 플랫폼은 디지털 성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 경험자와 시민이 문제 상황을 보다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당신의 오늘을 지켜 우리의 내일을 밝힙니다’란 슬로건 아래 디지털 성폭력 관련 정보와 국제앰네스티의 활동 기록, 국제동향 등을 한곳에 모아 소개한다.


국내 활동과 더불어 국제적 협력과 정보 교류도 지속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단체, 활동가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기술매개 젠더기반 폭력의 주요 경향과 국가별 대응을 파악해 왔다. 이를 통해 플랫폼 정책, 법·제도, 피해자 지원 체계를 검토하고 국제사회에서 필요한 인권 기반 대응 방향을 모색해 왔다.

223526_225408_571.jpeg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지난해 12월 중순 론칭한 온라인 플랫폼 ‘Safer Online, Stronger Together’ 포스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올해도 디지털 인권 문제에 더 집중하고 무기 거래와 기업 책무 분야도 주요 인권 이슈로 다룬다는 계획이다. 전쟁이 인간의 기본권조차도 보호받지 못하게 하고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면서 인권이 침해받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조 처장은 우리나라가 무기를 수출하거나 이전하는 것들을 규제하기 위한 입법화와 국제사회협약에 참여하도록 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 말했다.


“제가 사무처장의 지원을 하게 됐던 가장 큰 이유는 우리 후원자와 지지자 때문입니다. 뜻을 같이 하고 이 일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앰네스티라고 보기에 그전부터 많은 관심이 있었고 ‘한번 제가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손을 들게 됐던 이유랍니다. 기꺼이 나눠주신 후원금으로 독립성과 책무성, 투명성을 보증할 수 있게 해 주시는 원동력이자 기반이 되는 회원분들이 계셔서 너무나 자랑스럽게 우리 회원님들과 함께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답니다. 사무처장으로서 우리 구성원들의 행복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하는 개인적인 좀 다짐도 함께 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조 처장은 앰네스티 회원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당부와 부탁을 메시지를 전했다.


“모든 사람이 세계인권선언에 보장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드리기 위해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권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앰네스티가 함께 하고자 하는 활동에 참여하시는 것이 보다 중요하고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할 때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일반 시민, 일반 대중들의 지지와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절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시민 여러분들이 함께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지지하고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때 바로 우리의 인권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앰네스티에도 함께 해 주시고 후원도 해 주시길 바래 봅니다.”


조 처장은 마지막으로 <한국NGO신문>에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앰네스티가 시민단체로서 소외된 분들을 더 많이 바라보고 있는 단체인데 작은 인원, 적은 예산으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NGO신문>처럼 미디어와 언론이 앰네스티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부탁이었다.


조 처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어려운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활동에 더욱 신뢰를 갖게 될 수 있었다. 국제앰네스티의 올 한해 활동이 더 많은 시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효과성 높은 사회운동을 진행돼 가길 바래본다.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2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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