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 2025년 상담통계 발표…절반은 반복 피해
우리 사회의 성폭력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일 한국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가 발표한 ‘2025년 상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성폭력 상담 사례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반복 피해이거나 장기간 지속된 피해로 나타났다. 피해자의 다수는 여성이었고 가해자의 대부분은 피해자가 이미 알고 있던 사람이었다.
피해자 10명 중 9명은 여성…성인 여성 피해 가장 많아
2025년 성폭력 피해자 582명 가운데 여성은 530명으로 전체의 91.1%를 차지했다. 남성 피해자는 39명(6.7%)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여전히 여성 피해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연령별로는 성인 피해자가 67.0%로 가장 많았으며 이 가운데 성인 여성 피해자가 전체의 61.5%를 차지했다. 청소년 피해자 역시 13.6%에 달해 성폭력이 특정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사회에 걸쳐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해자 통계는 더욱 뚜렷한 성별·연령 편중을 드러냈다. 가해자의 85.7%는 남성이었고, 성인 남성 가해자가 68.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성폭력이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권력과 위계가 작동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범죄임을 시사한다.
피해 유형별로는 강제추행이 38.1%로 가장 많았고 강간 및 강간미수가 36.6%로 뒤를 이었다. 두 유형을 합하면 전체 피해의 약 4분의 3에 달한다. 특히 성인 피해자의 경우 강제추행과 강간 피해가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청소년과 아동 피해자에서도 강간 및 강제추행 비중이 높게 나타나 조기 개입과 예방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한편, 디지털 성범죄로 분류되는 카메라 이용 촬영 관련 상담은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체 피해의 6.2%를 차지했다. 상담소는 “감소가 곧 문제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신고·상담 접근성의 차이가 통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가해자는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다. 전체 상담 사례의 83.8%는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었다. 직장 내 관계가 19.8%로 가장 많았고 친족·인척(14.6%), 친밀한 관계(13.2%)가 뒤를 이었다.
특히 성인 피해자의 경우 직장 내 성폭력 비율이 가장 높아 일터가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공간임을 드러냈다. 아동 피해자의 경우 친족 및 인척에 의한 피해 비율이 가장 높아 가정 역시 반드시 안전한 공간이 아님을 보여준다.
상담소 관계자는 “성폭력은 낯선 사람에게 당하는 범죄라는 통념과 달리,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통계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피해 횟수를 보면 1회 피해는 45.4%에 그쳤다. 반면 2회 이상 반복 피해는 35.0%에 달했고, 이 가운데 10회 이상 지속된 피해도 22.5%나 됐다. 성폭력이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관계와 구조 속에서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상담까지 걸린 시간 역시 심각했다. 피해 발생 후 1년 이내 상담을 받은 경우는 42.1%였지만, 10년 이상이 지나서야 상담을 받은 피해자도 14.1%에 달했다. 최장 상담 지연 기간은 65년에 이르렀다. 사회적 낙인과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제도적 한계가 피해자의 침묵을 장기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성폭력 피해 회복은 개인의 몫이 아니다”
2025년 한 해 동안 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제공된 지원은 총 2,270건으로, 상담 1건당 평균 1.8건의 지원이 이뤄졌다. 심리·정서 지원이 34.1%로 가장 많았고 정보 제공 및 상담원 의견 개진(27.5%), 법적 지원(25.9%)이 뒤를 이었다. 이는 피해 회복이 단순한 법적 절차를 넘어 장기적인 심리·사회적 지원을 필요로 함을 보여준다.
상담소는 1991년 설립 이후 34년간 총 6만620명에게 9만3,531건의 상담을 제공해왔다. 2025년 접수된 전체 상담 건수는 1,339건으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신규 성폭력 피해 상담을 받은 피해자 수는 582명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지속 상담을 포함한 성폭력 상담 인원은 677명에 달했다.
상담소는 “성폭력 문제를 개인의 극복 서사로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지고 대응해야 한다”며 “예방 교육 강화, 안전한 노동 환경 조성, 피해자 중심의 사법·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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