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한곳이 4만여명 감당하는데 '독서국가'?

독서국가 선포한 대한민국...그러나 현실은?

by 이영일
223539_225424_5614.jpg ▲국립중앙도서관 안내표지판. 이영일 기자

며칠전 기자는 취재차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았다. 지하철 1호선 신이문역에서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아가는 길은 험난(?)했다.


신이문역에서 두 정거장을 가 회기역에 내려 경의중앙선으로 갈아 타 왕십리역에서 내렸다. 거기서 다시 수인분당선을 타고 선릉역에 내려 다시 2호선을 타고 서초역에 내렸다. 거기서 국립중앙도서관까지 한 15분은 걸어간 것 같다.


어디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접근성은 다르겠지만 명색이 수도 서울에 하나 있다는 국립도서관 앞에는 버스도 하나 서지 않았다. 이런 불편한 접근성을 가지고 어디 국립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겠는지 대단히 의아스러웠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독서국가 선포식 및 독서국가 추진 위원회 출범식’이 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 해결력이 필요한 AI시대에 독서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이날 선포식에는 최교진 교육부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윤건영 충북도교육감,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유시춘 EBS 이사장, 조희연 독서국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교육계 전문가를 비롯해 지자체·출판계·언론계·문화예술계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223539_225423_34.jpg ▲‘독서국가 선포식 및 독서국가 추진위원회 출범식’ 행사의 한 장면. 충북도교육청


그러면서 국립중앙도서관을 찾았던 기억을 떠 올렸다. 서울에는 국립도서관이 하나다. 국립도서관 격으로 견주되는 국회도서관도 있으니 보통 그 나라의 수도에 하나씩 존재하는 국립도서관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적은 편이 아니고 또 국립도서관 수가 독서교육 활성화를 좌지우지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공공도서관이나 지역도서관은 다르다. 꼭 국립이 아니더라도 한국에는 약 1,296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지역 곳곳의 작은도서관까지 합하면 더 많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025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도서관 한 곳당 봉사 대상 인구는 약 39,500명이다.

당시 문광부는 이를 개선된 상황이라고 발표했지만 중요한 건 도서관 개수가 아니라 공공도서관 1개당 담당 인구수다. 공공도서관 1개당 담당 인구 수를 외국과 비교해 보면 체코는 약 1,700명, 독일은 16,400명, 영국은 약 17,000명, 미국은 약 18,900명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가 얼핏보면 도서관 수가 꽤 많은 것 같지만 도서관 접근성이 낮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작은도서관은 전국에 약 6,830개 정도가 있지만 이중 약 21%는 예산 문제 등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휴·폐관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어쩌면 이 독서교육 활성화를 가장 잘 구현해 내는 공간으로서 이 작은도서관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데도 정부의 지원 의지는 모호하다.

223539_225425_06.jpg ▲국내의 한 도서관 모습. pixabay


지난 2022년에는 당시 문체부가 도서관의 운영과 발전을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체계를 재정비한 도서관법 개정에 맞춰 법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작은도서관을 국공립 작은도서관만으로 한정해 사립 작은도서관의 법적 지위가 모호해져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학교에서는 독서교육 활성화 의지도 지금으로선 반신반의다.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23일 선포식에서 ‘책 읽는 학교 조성’을 강조했지만 청소년들의 심신 성장에 유익한 청소년단체활동도 학교밖으로 사실상 퇴출한 교육당국이 독서는 또 학교에서 활성화한다는 것이 제대로 될까는 조금 더 지켜 볼 일이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일상 속 깊이 자리 잡은 시대에 독서의 힘이 중요하다는 지적은 매우 동의한다. 그래서 범국민 독서 캠페인을 위시한 독서생태계 기반 구축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에도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가 독서 공동체가 되기 위해 문제점이 무엇인지부터 하나하나씩 풀어가는 정책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작은 것부터 고쳐가는 출발, 거창한 것이 아니라 도시 곳곳에 편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도서관이 여기저기 눈에 띄는 도시가 독서국가를 만든다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23539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고생에게 파고드는 '전자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