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단체 측 "정책 홍보 자문단 전락할 소지"
정부 산하 청소년 참여기구인 '청소년특별회의(아래 특별회의)'가 올해부터 활동 방식과 모집 영역 방식을 개편한다.
특별회의는 청소년기본법 제12조에 의거, 17개 시·도 청소년과 청소년전문가들이 청소년이 바라는 정책과제를 발굴해 정책화하는 청소년 참여기구다. 전문가 자문단 5명 내외와 운영지원단 10명 내외도 참여하지만 청소년이 주축이 된다.
성평등가족부(아래 성평등부)는 지난 2일, 제22회 청소년특별회의 청소년위원 70명 모집 공고를 내면서 "올해부터는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실질적인 제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영역을 먼저 선정한 뒤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청소년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소년참여포털 등을 통해 제안된 정책과제와 전문가 자문회의 결과를 토대로 올해 1월 일반청소년 3538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를 거쳐 경제·금융과 격차 해소를 최종 정책 영역으로 선정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를 두고 청소년단체 측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정책 영역을 사전에 정해놓고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청소년을 모집하는 방식이 과연 청소년 주도 참여라는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김진곤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한국YMCA전국연맹 청소년국장)는 "특별회의 같은 청소년 참여기구의 핵심은 어떤 정책을 낼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청소년이 어떤 사안을 의제로 다룰 것인가에도 있는데, 의제 설정을 정부가 미리 정하고선 이것을 논의하라고 제시하면 특별회의는 청소년 참여기구가 아니라 정부 정책 홍보를 위한 자문단으로 전락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청소년 정책 참여는 정책 생산 수단이 아니라 민주주의 교육의 장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모집 공고문을 보면 청소년의 자율성과 주도성을 제한한다고 오해할 소지가 높다. 청소년이 스스로 의제를 발굴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구조를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경필 한국시민청소년청년학회 회장(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은 "경제·금융이나 사회적 격차 해소와 같은 의제는 현 시점에서 분명히 중요한 정책 과제이지만, 이러한 주제를 다룰 때에도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주 회장은 "특별회의에서 논의할 의제 분야를 사전에 제한하거나 정형화할 경우, 청소년의 관점과 문제 인식이 충분히 반영되기보다는 전문가나 행정 중심의 의제 설정과 의사결정 구조로 수렴될 위험이 있다. 이는 청소년 참여를 형식화시키고 참여의 교육적·민주적 의미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설계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2024년 당시 특별회의 부의장을 맡았던 김경훈군은 "그때도 이런 부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애초에 특정 주제에 대한 정책만을 제안하는 것이 과연 청소년의 삶을 개선하는 데 효율적인지, 투표 선택지를 운영기관이 미리 다 추려놓고 그 안에서 정하게 하는 것이 주체적인 참여인지, 여러 영역에서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여러 청소년을 포괄적으로 모집하지 않는 것이 설치 취지에 부합하는지 등의 이유로 위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많이 나왔던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성평등부의 한 관계자는 9일 오전 기자와 한 통화에서 "매년 정책 영역을 선정해서 정책 과제를 발굴했었다. 위원을 모집 후에 정책 영역을 선정하느냐 이번처럼 선정하고 모집하느냐 차이일 뿐이다. 기존에는 그 영역에 관심이 없는 청소년들이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있어 지난해 12월에 청소년들의 의견을 온라인 참여 포털을 받아 전문가 회의에서 골라냈고 그중 네 가지를 가지고 또 청소년 온라인 투표를 해서 두 분야를 선정해서 모집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후 필요한 경우 의장단과 협의를 해서 다른 의견(의제)도 받을 수 있고 특별과제를 선정할 수도 있다. 나중에 혹시 필요하면 유연하게 조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