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0개 여성·시민사회단체 11일 공동성명 발표
다음달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제41회 3·8 여성대회를 앞두고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이 극우세력의 집회 장소 선점과 이를 묵인·방조한 경찰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경기광주여성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전국 70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11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법을 악용해 3·8 여성대회 개최를 방해한 극우세력의 집회 신고를 묵인·방조한 종로경찰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경복궁 동십자각과 서십자각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인 3·8 여성대회 집회 대리 신고 논란
3·8 여성대회는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1985년 3월 8일 한국에서 처음 부활한 이후 4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여성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 참정권 쟁취의 역사적 의미를 계승하며 매년 그해 주요 여성·성평등 의제를 공론화해온 상징적인 집회다. 올해 대회는 “빛의 혁명을 완수하라”를 슬로건으로 경복궁 동십자각과 서십자각 일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그런데 장소 확정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에 따르면 광화문 일대는 일부 극우세력이 상시적으로 집회 신고를 선점해 사실상 다른 단체의 신고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여성연합은 집회 신고 가능 시점에 맞춰 지난 4일 오전 6시부터 종로경찰서 앞에서 대기했고 신고 시간인 5일 자정에 맞춰 접수를 마쳤다.
하지만 5일 오전 경찰로부터 해당 장소 사용이 2순위에 해당해 제한 통고가 이뤄질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여성연합보다 늦게 도착한 극우 성향 단체가 1순위로 접수됐다는 설명이다.
이들 단체들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 대기하던 극우 정당이 먼저 접수를 진행했고 이후 도착한 또 다른 극우 단체가 해당 정당을 통해 ‘대리 신고’ 형식으로 집회를 접수하면서 장소 선순위를 확보했다.
3·8 여성대회 주최측 "극우세력 집회 신고를 묵인·방조한 종로경찰서 강력 규탄"
대리 신고는 당사자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직접 신고하지 못할 경우 위임을 통해 가능한 제도다. 그러나 여성단체들은 “직접 현장에 와 있던 단체가 제도를 악용해 장소를 선점했다”고 주장하는 상태.
종로경찰서는 대리 신고 자체는 법적으로 허용된 절차라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공동 성명에 참여한 단체들은 “경찰이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사실상 방조했다”며 “헌법 제21조가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조직력과 자원을 동원한 장기적·상시적 집회 신고 선점은 다른 목소리를 공적 공간에서 배제하는 행위”라며 “사회정의와 성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태”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경찰은 집회 신고 남용과 위임장 동원을 통한 장소 선점을 더 이상 방조하지 말고 집회·결사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즉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논란은 특정 장소에 대한 장기적·반복적 집회 신고와 대리 신고 제도의 활용이 집회 자유의 본래 취지를 침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쟁점을 드러내고 있다. 3·8 여성대회 주최 측은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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