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할린동포법 개정안 13일 국회 통과

KIN(지구촌동포연대), 환영 성명 발표

by 이영일
KakaoTalk_20260214_121559041.jpg ▲ 러시아의 유일한 섬이자 세계에서 23번째로 큰 섬인 사할린 현 브이코프(과거 일본명 나이부찌) 탄광의 조선인 노동자들의 모습. 지구촌동포연대

사할린 동포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랜 기간 제기돼 온 사할린 동포 귀환과 정착 지원 문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는 이번 입법을 “늦었지만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질적인 피해 구제와 국가 책임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KIN(지구촌동포연대)는 14일 성명을 내고 “조국을 향한 그리움 속에 살아온 사할린 동포들의 절규에 국회가 뒤늦게나마 응답했다”며 법안 통과를 환영했다.


국회는 13일 열린 제432회 국회 제70차 본회의에서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의원 15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영주귀국 대상 기준을 보완해 귀환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80년 기다림에 대한 늦은 응답”


특히 이번 개정은 ‘동반가족’ 기준에 묶여 사망한 사할린 동포의 배우자와 자녀가 귀환 대상에서 제외되던 문제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KIN은 “귀환의 권리를 제한했던 독소조항을 넘어 인권과 역사적 책임의 관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224447_226465_1319.jpg ▲국회는 13일 열린 제432회 국회 제70차 본회의에서 「사할린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의원 15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국회방송


사할린 동포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등으로 사할린에 이주한 뒤 해방 이후에도 귀국하지 못하고 현지에 남겨진 한인들을 말한다. 이들은 장기간 국적·가족관계·생활 기반 문제 속에서 귀환과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법 개정이 문제 해결의 종착점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KIN은 “사할린 동포 피해구제는 시혜가 아니라 역사적 책무의 완수”라며 정책 접근 방식의 전환을 요구했다. 현재 영주귀국 대상이 2세 중심으로 변화했지만 정부 지원은 여전히 고령층 돌봄 중심에 머물러 있어 언어, 취업, 자녀교육, 법적 지위 문제를 동시에 겪는 가족 단위 정착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


또한 국적 취득과 가족관계 등록 과정에서 필요한 입증 책임 대부분을 당사자가 떠안고 있는 현실도 개선 과제로 지목됐다. 단체는 입국 이전 단계부터 국가가 상담과 행정 지원에 적극 개입하고, 국적 취득 과정에서 폭넓은 증거 인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고령화된 1세대와 정착 과정에 놓인 자녀 세대를 동시에 지원하는 ‘투트랙 정책’과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안정적 지원체계·예산 의무화 요구


정책 추진 기반 마련 역시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일본이 해외 잔류 자국민 귀환 정책과 함께 통합지원센터와 지역 정착센터를 운영해 언어교육과 직업훈련, 지역사회 적응을 지원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역시 상설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24447_226466_1412.jpg ▲사할린 섬의 모습. 다음백과


KIN은 과거 논의됐던 지원위원회 또는 전담 재단 설립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영주귀국 사업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축소돼 온 점을 지적했다. 특히 “예산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동포 한 사람 한 사람의 피해구제와 직결된 문제”라며 법정 예산 의무화를 요구했다.


이 단체는 사할린 한인 학살 사건 등 미해결 역사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조사도 촉구했다. 소련군 재판 문서가 공개됐음에도 자료 수집과 진상 규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민간 중심의 유해 발굴 시도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한 유해 봉환 사업 재개와 현지 조사 추진, 나아가 한러 관계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는 제언이 뒤따랐다. 직항 노선 재개 역시 동포 교류와 경제적 손실 완화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로 언급됐다.


KIN은 “사할린 동포들이 고국에서 이방인이 아닌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묻혀 있던 진실이 드러나고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대한민국이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법 개정으로 귀환의 문은 넓어졌지만, 정착 지원과 역사적 진상 규명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향후 정부의 후속 정책과 실행력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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