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세뱃돈 부담을 체감하는 가정 늘어
민족의 최대 명절 설날을 맞아 헤어졌던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몇 시간을 차를 타고 만난 가족들이 그지없이 반갑기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모처럼 만난 가족 간 덕담과 함께 빠지지 않는 고민이 있다. 바로 ‘세뱃돈 금액’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10만원은 줘야 체면이 선다”는 의견부터 “5만원도 부담스럽다”는 반응까지 엇갈리며 세뱃돈 적정선을 둘러싼 화두가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세뱃돈이 단순한 금액 문제가 아니라 시대 변화와 경제 상황, 가족 문화가 반영된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5만원 vs 10만원”…금액 인식이 달라진 이유
세뱃돈은 본래 어린 세대의 건강과 성장을 기원하며 ‘복’을 나눈다는 의미가 강했다. 과거에는 돈 대신 떡이나 엿, 실용적인 물건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현금 중심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금액 자체가 관심의 대상이 됐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세뱃돈 부담을 체감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명절 기간 가계 지출 중 ‘용돈 및 경조사비’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인다. 명절이 가족 행사인 동시에 경제적 부담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세뱃돈 금액이 상승한 배경에는 화폐 가치 변화가 있다. 과거 1만원권이 중심이던 시절과 달리 현재는 5만원권이 일반화되면서 심리적 기준선 자체가 높아졌다. 금융권에서는 물가 상승률과 소비 수준 변화를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소비자물가는 꾸준히 상승했고 교육비·생활비 부담 역시 크게 늘었다. 자연스럽게 세뱃돈도 ‘체감 물가’를 따라 올라갔다는 설명이다. 여기엔 SNS 문화도 영향을 미쳤다. 세뱃돈 금액이 비교되거나 공개되는 사례가 늘면서 ‘적게 주면 미안하다’는 심리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연령별 현실적인 기준은?
청소년 전문가들과 소비 트렌드 분석가들은 ‘정답 금액’보다는 합리적인 기준 설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수준이 현실적인 선으로 언급된다.
미취학 아동은 1만원~3만원 선, 초등학생은 3만원~5만원 선, 중고등학생은 5만원 내외, 대학생은 5만원~10만원 선이다. 하지만 정해진 것은 없다.
카드 소비 데이터를 분석한 KB국민카드 역시 명절 용돈 지출이 ‘5만원 단위’에 가장 많이 집중된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5만 이 하나의 기준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NGO신문>이 설 명절을 맞아 자문을 의뢰한 김진곤 한국청소년정책연대 공동대표(한국YMCA전국연맹 청소년국장)는 세뱃돈 경쟁이 과열될 경우 명절의 본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 대표는 “세뱃돈은 경제적 과시가 아니라 정서적 교류의 상징”이라며 가정 형편과 관계의 친밀도를 고려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최근에는 현금 대신 책, 문화상품권, 저축 계좌 입금 등 교육적 의미를 담은 방식도 늘고 있다. 단순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으려는 변화다.
결국 세뱃돈 논쟁은 ‘얼마가 맞다’는 문제라기보다 변화하는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물가 상승, 가족 구조 변화, 개인 경제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명절 문화 역시 조정되고 있다.
설날 세배의 핵심은 여전히 덕담과 안부, 그리고 서로를 향한 마음이다. 김 대표는 “금액의 크기보다 부담 없이 지속할 수 있는 기준을 가족끼리 합의하는 것”이 명절 갈등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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