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인증 정책 폐기하고 개인정보 제도부터 개혁해야”

시민사회, 개선 이전에 정책 자체의 필요성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

by 이영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정부의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의무화 정책에 대해 개선을 권고하자 시민사회가 이를 환영하며 정책 전면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3일 공동 입장을 내고 “안면인증 의무화 정책은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며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의무화하는 정책 재검토하고 대체 수단 마련 권고


앞서 인권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오는 3월 23일부터 시행하려던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의무화 정책에 대해 신중한 재검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호를 위한 개선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해당 정책이 생체인식정보와 같은 민감정보 처리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충분히 갖추지 못해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휴대전화 개통 과정에서 안면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통신사들은 사실상 법적 근거 없이 민감한 생체정보를 수집·처리하게 되고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226188_228360_5234.jpg ▲ 시민단체들이 2월 11일 오전 10시 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안면인증 정책 중단과 조사를 요구했다. 참여연대


또한 인권위는 정책 목적 자체(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범죄 예방)는 정당할 수 있으나 모든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안면인증을 요구하는 방식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봤다. 범죄와 무관한 다수 시민의 생체정보까지 포괄적으로 수집하게 되며 대체 인증수단도 마련돼 있지 않아 침해 최소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


특히 안면정보와 같은 생체인식정보는 개인의 신체적 특성에 기반한 고유 식별정보로 한번 유출되면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권위는 인증 이후 즉시 폐기한다 하더라도 권리 침해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으며 휴대전화 개통 제한이 표현의 자유 등 다양한 기본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안면인증 기술의 정확성 문제로 인해 고령자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서비스 이용에서 배제되거나 차별을 겪을 가능성도 우려했다.


인권위는 만약 정책 도입을 추진할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계 법령에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 ▲취약계층을 위한 대체 인증수단 도입 ▲생체정보 처리 과정에 대한 사전 설명과 투명한 정보 공개 ▲보안 점검 결과 공개 등을 권고했다.

226188_228361_5110.jpg ▲시민사회단체는 13일 공동 입장을 내고 “안면인증 의무화 정책은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어긋난다”며 즉각적인 폐기를 요구했다. Pixabay


시민사회, 개선 이전에 정책 자체의 필요성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러나 이러한 개선 이전에 정책 자체의 필요성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한국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심각한 근본 원인으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관행과 보편적 국민식별번호 체계를 지목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사용되는 연계정보(CI)가 개인정보 결합과 추적을 용이하게 만들어 금융사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들은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연계정보(CI)와 같은 보편적 국민식별번호 제도 폐지 ▲개인정보 최소수집 원칙 정착 △집단소송제 도입 등을 통한 기업의 정보보안 책임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들은 “개인정보 남용으로 발생한 문제를 또 다른 개인정보 수집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휴대전화 가입을 위해 안면인증을 의무화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정책을 강행할 경우 통신사에 대한 고발을 포함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과기정통부는 휴대전화 개통 시 안면인증 의무화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개인정보 보호 원칙에 부합하는 근본적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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