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공연 앞두고 사라진 광화문 노숙인들

서울시, BTS 공연 앞두고 노숙인들에게 다른 장소로 이동해 줄 것 요청

by 이영일
AKR20260319166500004_01_i_org.jpg ▲광화문역 지하도에 놓인 노숙인의 짐가방. 연합뉴스

평소 종이상자로 바람을 막으며 잠을 청하던 노숙인들이 모여 있던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지하도. 이곳에서 노숙인들이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21일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앞두고 서울시가 이들에게 다른 장소로 이동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다.


서울시는 공연을 앞두고 시립 노숙인 복지시설인 브릿지종합센터와 함께 현장 상담과 안내를 진행했다. 대규모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를 우려해 복지시설 연계를 통한 ‘자발적 이동’을 유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노숙인들은 시설에 입소하거나 임시 숙소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형 공연 앞두고 ‘보여주기 싫은 장면’을 가리기 위한 사실상의 반강제 정비 아닌가


그러나 논란의 핵심은 ‘자발성’의 실질적 의미다. 현장에서는 경찰 기동순찰대가 투입돼 광장과 역사 일대 순찰이 강화됐고 복지시설 이동 권유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일부 노숙인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들이 안정적인 주거로 이동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다른 공간으로 밀려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226619_228822_1017.jpg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광화문 공연을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무대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특히 외국인 방문객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역 일대에서도 노숙인 집결지 정비와 청소가 병행되면서 이번 조치가 안전사고 예방을 넘어 ‘도시 미관 관리’ 목적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형 공연을 앞두고 ‘보여주기 싫은 장면’을 가리기 위한 사실상의 반강제 정비라는 비판이 핵심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과거 대형 국제 행사에서 반복됐던 전례와 맞닿아 있다.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현장 점검에 나서며 인권 침해 여부를 살폈다.


실제로 2002년 월드컵 당시 서울역과 도심 일대에서는 ‘도시 정비’ 명목으로 노숙인 단속과 이동 조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임시 보호시설로의 집단 이송이 논란이 된 바 있다.


2010년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주요 회의 동선과 관광지 주변에서 노숙인과 노점상 정비가 강화되면서 국제행사를 이유로 사회적 약자를 도시 밖으로 밀어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에도 ‘자발적 보호’라는 설명과 달리 현장에서는 단속과 압박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증언이 이어진 바 있다.

226619_228823_1434.jpg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이틀 앞둔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관계자들이 무대 설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식적으로는 계도와 안내였겠지만 공권력의 개입 자체가 당사자들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했을 수 있어"


홈리스행동 측은 “공식적으로는 계도와 안내였겠지만 공권력의 개입 자체가 당사자들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는 강제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충분한 설명을 거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이동이 이뤄졌으며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이동 조치’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노숙인들이 공공장소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대형 행사 전후에 이들을 공간에서 배제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이는 사실상 ‘보이지 않게 하는 정책’에 가깝다는 것.


대형 공연을 앞두고 사라진 광화문 일대의 노숙인들. 그 이동이 진정한 보호였는지 아니면 국제 행사 때마다 되풀이돼 온 ‘도시 미화’의 또 다른 장면인지는 여전히 질문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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