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동안 이어진 청소년들과 교육감 후보와의 열띤 질문과 토론
청소년들이 교육감 후보자와 만나 직접 청소년과 관련된 정책을 묻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이하 한수협) 청소년운영위원회 대표단은 22일 오후 2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강신만 후보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후보 사무실에서 만나 교육 현안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내며 직접 대화를 나눴다.
전국 청소년 수련시설을 대표해 모인 대표단은 서울과 대전, 경기, 경남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 중인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로 구성됐다. 900여 청소년 수련시설 자치기구를 대표하는 이들은 평소 시설 운영과 정책에 참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정책 전반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졌다.
임영섭 한수협 간사는 "청소년이 정책의 대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직접 묻고 의견을 전달하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 자리가 그런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간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100분동안 이어진 청소년들과 교육감 후보와의 열띤 질문과 토론
강 후보는 "교육은 오직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고 강조하며 이들을 환영했다. 강 후보는 교사로 31년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에는 교사, 행정, 급식 등 다양한 구성원이 있지만 중심은 학생 하나"라며 "그 원칙이 흔들리면서 교육이 왜곡됐다"고 진단했다.
강 후보는 이어 학교 공간 혁신, 자율성 확대, 아침·저녁 급식 지원, 동아리 및 체험 공간 확충 등 자신의 주요 정책 구상을 설명하며 "학생 삶 전체를 바꾸는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의 핵심은 청소년들의 질문이었다. 단순한 건의 수준을 넘어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짚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한 대학생 참가자는 최근 도입된 고교학점제에 대해 "학생들이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불안만 커지고 있다. 내신 체계 변화가 오히려 경쟁을 심화시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고등학생은 "중학교 때부터 진로를 정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하다. 선택과목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진로에 맞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옳지만 입시 구조와 결합되면서 왜곡됐다. 점수 중심 평가 방식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선택권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경쟁을 만드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능 끝나면 끝…"실생활에 필요한 교육은 왜 없나"
청소년들은 입시 이후 교육 공백 문제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한 청소년은 "수능 이후 남는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기보다 금융·경제·노동 교육 등 사회에 필요한 내용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청소년은 "통장 개설이나 계약, 노동 권리 같은 기본적인 것조차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다. 사회에 나가기 전 최소한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이에 대해 강하게 공감하며 "현재 학교 교육은 시험 대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생활 역량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고3 이후와 중3 이후 시간을 활용해 금융·계약·노동·진로 교육을 체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대표단은 경험의 부족도 중요한 문제로 제기했다. 한 청소년은 "공부와 생기부 준비에 집중하다 보니 실제 경험을 할 기회가 부족하다. 진로를 찾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체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 후보는 "경험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교육 그 자체"라며 체험 중심 교육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의 체험 중심 교육과 북유럽 국가들의 해외연수 사례를 언급하며 "정규 교육과정 안에 경험을 제도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부 전문가를 학교 수업과 연결하거나 청소년이 직접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하도록 지원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참여는 했지만 기록은 없다"…청소년 활동의 딜레마
청소년운영위원회나 학교 밖 청소년활동이 학교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에 반영되지 않는 문제도 제기됐다. 한 청소년은 "순수한 참여도 중요하지만 활동이 전혀 기록되지 않는 것은 동기 부여를 떨어뜨린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 후보는 이에 대해 "과거 생기부 반영이 부모의 개입과 스펙 경쟁으로 변질된 사례가 있었다"며 "점수화는 반대하지만 기록 자체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신 "예산과 권한을 청소년에게 직접 부여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실질적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회 예산 자율 집행, 정책 제안 플랫폼 등 구체적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간담회 후반부에서 강 후보는 청소년들에게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세상을 바꾸려면 권한이 필요하고 그 권한은 결국 정치에서 나온다.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소년 대표단 역시 "이 자리가 단순한 간담회가 아니라 사회참여의 경험이었다. 청소년이 직접 묻고 의견을 내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교육"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간담회는 교육 정책의 ‘수요자’로만 여겨지던 청소년들이 직접 질문하고 논의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교학점제, 입시 구조, 생활 교육, 체험 기회 등 다양한 주제가 청소년의 언어로 제기됐고 후보자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했다.
간담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그동안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어도 친구나 부모님과 이야기하는 데 그쳤는데 직접 후보를 만나 우리가 겪는 문제를 전달하고 해결 방안을 물어볼 수 있었다는 점이 의미 있었다. 답변을 들으면서 당장은 어렵더라도 다음 세대는 더 나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https://www.ngo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226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