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지도자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법률 제정안 의결
청소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며 그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고 고민과 진로를 들어주며 함께 해결해 가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현실은 아이러니하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일 열린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소년지도자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의결됐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지도자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 전문성 강화를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이번 법안은 오랜 기간 방치돼 온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전체회의, 청소년지도자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법률 제정안 의결
이번 법안은 여야 간사인 김한규 의원과 조은희 의원이 공동 대표발의했다. 특정 직역의 처우 개선을 위해 여야가 함께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청소년 정책의 사각지대가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열악한 현실을 호소해 왔지만 청소년지도자들의 근무환경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수련시설과 청소년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 버티고 있다.
특히 임금 수준은 구조적인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청소년시설 종사자의 급여는 사회복지사 임금 가이드라인의 약 77~90%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일하게 사람을 돌보고 심리적·정서적 지원을 수행하는 전문직임에도 불구하고 보상 체계는 한참 뒤처져 있는 셈이다. 이 격차는 결국 숙련 인력의 이탈로 이어지고 현장의 전문성 축적을 가로막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임금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시설 유형과 지역에 따라 근로조건이 크게 달라지는 불균형도 심각하다. 같은 청소년지도자’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누구는 안정된 환경에서 일하는 반면, 누구는 단기 계약과 열악한 근무 여건, 직장 내 괴롭힘, 계약직에 대한 차별 속에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20~30년동안 청소년지도자 보호 장치 부재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 공백이다. 청소년지도사는 1993년, 청소년상담사는 2003년부터 국가자격으로 운영돼 왔지만 정작 이들의 처우와 지위를 체계적으로 규정하는 법률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20~30년 가까이 제도는 있었지만,그 제도를 떠받치는 사람들에 대한 보호 장치는 부재했던 셈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현장에서는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 곧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
김한규 의원은 “청소년시설 종사자들의 업무 중요성에 비해 적절한 보상이 따르지 않는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예산에만 의존한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만큼 법률 제정을 통해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은희 의원 역시 “청소년지도자의 처우 개선은 단순한 노동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위기 청소년을 위한 보호와 상담 서비스의 지속성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라며 “전문 인력이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결국 청소년 정책의 질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안은 처우 개선 논의를 예산이 아닌 법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법안 통과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예산 확보와 제도 실행, 현장 적용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또 하나의 선언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군·구에 각각 청소년지도자 처우개선위원회 두도록 규정
이번에 발의된 법안의 주요 내용은 ▲ 청소년지도자 처우 개선 및 신분 보장 강화 ▲ 청소년지도자 지위 향상 및 안정적 근무 환경 조성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청소년지도자의 처우 개선, 인권 및 복지 증진 등을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고 청소년지도자의 보수가 청소년육성 전담공무원의 보수수준에 도달하도록 노력할 책무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청소년지도자 처우개선 심의를 위해 성평등가족부와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도·특별자치도 및 시·군·구에 각각 청소년지도자 처우개선위원회를 두도록 함으로써 처우 개선이 명목상으로만 방치되지 않도록 한 점은 획기적인 부분이다.
다만 청소년지도자의 보수에 관한 지침 마련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지침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아닌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하는 권고가 실제 청소년지도자들의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조금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을 위한 사회는 이미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그 최전선에서 아이들을 지키는 사람들의 삶은 여전히 위태롭다. 청소년지도자의 처우 개선은 선택이 아니라 청소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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