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괴롭힘 ‘셀프 조사’ 논란

직장갑질119 “행위자가 사용자면 자체조차 없이 직접 조사해야"

by 이영일
91682cbd-f8a1-4992-9a7b-d14002bdb601.jpg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가해자인 사용자가 자기 사건을 조사하는 이른바 셀프 조사 사례가 끊임없이 접수되고 있다. 이영일 chatGpt

직장 대표나 점주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노동청에 진정을 낸 근로자들이 사용자의 자체 조사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한 광고회사에 다니던 직원 A씨는 지난 2021년 말부터 최근까지 이 회사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욕설과 함께 "그 큰 머리에 뇌는 요만하냐", "진짜 인간 쓰레기도" 등의 폭언을 들었다. 결국 A씨는 퇴사하고 노동청에 진정을 냈지만 근로감독관은 규정상 대표 측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최근에도 한 프랜차이즈 점주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절도범으로 몰아 금전을 요구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사용자 셀프 조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노동자는 폭언과 협박을 견디다 못해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돌아온 것은 보호가 아닌 ‘되돌려 보내기’라는 비판이 핵심이다.


근로감독관은 사건 조사를 점주에게 맡겼고 피해자는 결국 가해자인 점주 측 법률대리인의 조사를 받는 상황에 놓인 것. 피해자가 신고한 상대에게 다시 조사받는 기이한 비상식적인 절차가 지금도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자가 조사하는 구조”…현장에선 상식이 무너졌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가해자인 사용자가 자기 사건을 조사하는 이른바 셀프 조사 사례가 끊임없이 접수되고 있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조사에 참여하거나 조사위원회 구성 자체를 좌지우지한다. 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외부 노무법인이나 법무법인을 내세우지만 이들 역시 기존 자문 계약이나 친분 관계에 얽혀 있어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형식만 다를 뿐 실질은 ‘가해자 중심 조사’라는 비판이다.

227548_229861_5521.jpg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감독관이 직접 조사하기보다 회사에 사건을 넘기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pixabay


현장의 목소리는 더 절박하다.


“대표이사를 신고했더니 회사가 돈 주고 쓰던 노무법인이 조사를 맡았습니다. 결과가 뻔하지 않나요?”

“가해자인 경영진이 직접 노무사를 지정했습니다. 객관적인 조사라는데, 누가 믿겠습니까”

“대표와 가족이 가해자인데, 그들과 가까운 직원들이 조사위원이 됐습니다. 감독관은 회사 조사 결과만 보겠다고 합니다”

“사장이 가해자인데 조사위원회를 사장이 구성해도 문제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 같은 사례들은 공통된 문제를 드러낸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공정한 조사 대신 ‘조사 포기’와 ‘퇴사’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구조다.


바뀐 지침이 만든 역설…“직접 조사” 원칙은 어디로?


이 같은 ‘셀프 조사’ 논란은 정책 변화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가해자인 경우 사업장 자체조사 없이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이후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조항을 근거로 “사용자에게도 조사 의무가 있다”는 해석을 내세워 가해자가 사용자인 경우에도 자체조사를 병행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문제는 이 병행조사가 현실에서는 사실상 사용자 조사 우선으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감독관이 직접 조사하기보다 회사에 사건을 넘기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는 “근로기준법 조항은 피해자가 사용자에게 신고한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사용자를 곧바로 노동청에 신고한 사건까지 사용자 조사 의무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된 지침과 이를 그대로 따르는 근로감독 행정 때문에 피해자들은 2차 피해까지 겪고 있다. 가해자가 사용자일 경우 자체조사를 배제하고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하도록 즉각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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