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에어건 분사에 관계기관 철저히 수사·지원 필요 강조
공업용 에어건을 이용해 이주노동자에게 중상을 입히고도 “장난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사업주에 대한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사업주가 또다시 진술 번복과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인권위원장의 성명도 나왔다.
“장난이었다”→“내가 쐈다”→“고의 아니다”…사업주 진술 번복
경기도 화성의 한 도금업체 대표 A씨는 지난 2월 20일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태국 국적 이주노동자 B씨의 항문 부위에 공업용 에어건을 분사해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공업용 에어건은 고압의 압축 공기를 분사하는 장비로 금속 가공 현장에서 이물질 제거 등에 사용되지만 인체에 직접 사용할 경우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장치다.
실제 피해자 B씨는 항문 부위로 고압 공기가 주입되면서 장 내부에 공기가 차는 기복증과 직장 손상 등 중상을 입었고 수술을 받는 등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사고가 장 파열이나 생명 위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로 보고 있다.
문제는 사건 이후 A씨의 태도다. 사건 당일 A씨 부부는 병원과 119에 “피해자가 동료와 장난을 치다 다쳤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는 “같이 일하면서 장난으로 쐈다”며 스스로 가해 사실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수사 과정에서는 다시 “고의로 분사한 적은 없다”며 우발적 사고를 주장하는 등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이 같은 태도는 단순한 사실관계 혼선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특히 피해자가 심각한 상해를 입은 상황에서 ‘장난’이라는 표현을 반복한 점은 산업현장에서의 안전 의식 결여와 노동자에 대한 인권 감수성 부족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은 A씨를 상해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상태이며 고용노동부와 함께 산업안전 및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치료 지연·귀국 종용 의혹…안창호 인권위원장, 종합적 재발 방지 대책 촉구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은 피해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이다. B씨는 고용허가제(E-9)로 입국해 일하던 중 체류기간이 만료된 미등록 상태였으며 사건 직후 병원에서 신분 문제로 치료에 제약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 나아가 피해자에게 귀국을 종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취약한 지위가 구조적으로 악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노동자일수록 산업재해를 당해도 신고나 치료, 권리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폭력 사건을 넘어 권리 박탈 구조의 문제를 드러낸 사례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급기야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9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강하게 규탄했다. 안 위원장은 “산업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안전과 존엄이 심각하게 침해된 사안”이라며 단순한 사고나 개인의 일탈로 축소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고압 공기를 신체에 분사한 행위 자체가 명백히 위험하고 비인도적인 행위라는 점에서 사업주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장은 또 “피해자가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했고 귀국을 종용받았다”는 의혹을 지적하며 “체류 불안정성은 단지 체류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권, 건강권, 사법 접근권 전반을 제약하는 인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수사기관과 관계 부처가 이번 사건의 경위와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 안전조치 미비, 치료 방치 등 그 밖의 의혹이 되는 사안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하고 피해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의료지원, 심리지원, 체류 안정, 산재 보상 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관계기관 간 협조를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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