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자 205명,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반대'

22일 성명 “형사책임연령 하향, 과학적 근거없고 국제 기준 부합 안해"

by 이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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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년의 형사책임연령 하향과 소년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법학자 205명이 연령 하향 정책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며 소년사법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법학자 205명은 22일 성명을 내고 “형사책임연령을 낮추는 정책이 과학적 근거와 국제 기준 모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성명은 김성돈(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노수환(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류병관(창원대 교수), 박은정(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서보학(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소라미(민변 변호사), 원혜욱(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석배(단국대 교수), 이승현(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주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인섭(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홍성수(숙명여대 교수)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연령 하향이 범죄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실증적 근거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흉포화되고 있다는 인식은 일부 사건에 의해 과장된 측면이 있고 실제로 연령 하향이 범죄 억제에 효과적이라는 실증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발달 단계에 있는 아동·청소년을 형벌 체계에 조기에 편입할 경우 낙인 효과와 재범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노수환 한국형사법학회 회장(성균관대학교 교수)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대응이다. 중학교 1학년 13세 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는 거의 사례가 없고 현재도 14세의 소년범조차 형사처벌 받아 교도소에 수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며 미성숙한 아동을 형벌 체계에 조기에 편입시켜 낙인효과와 재범 위험을 높일 우려가 커진다고 지적했다.

8896_12316_230.jpg 지난 9일, 아동·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영일 기자


노 회장은 “소년범 문제의 해법은 연령 하향이 아니라 보호처분의 실질화와 교육·교정 시스템의 강화”라며 형벌 강화가 아니라 회복과 예방 중심의 정책이 사회 안전을 높이는 길이라 조언했다.


류병관 한국소년정책학회 회장(창원대학교 교수)은 "연령 하향을 통한 처벌 강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형사 처벌이라는 사후적 대응보다 선도 중심의 조기 개입과 사회 안전망 확대 등 회복적 선도방안이 마련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소년법 개정을 통해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분리 처리하는 경찰 다이버전의 명문화, 보호처분의 내실화, 피해자 보호의 강화, 소년전문법원의 설립 등을 제안했다.


촉법소년 논쟁, 최근 동향은


촉법소년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몇 년간 반복적으로 뜨거운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특히 일부 청소년 강력범죄 사건이 알려지면서 형사책임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3세 이하로 낮추자는 주장도 정치권과 정부에서도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분위기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3월 31일 성명을 통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와 관련, 교육·돌봄·복지 체계를 먼저 점검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고, 아동·인권·시민사회단체들도 4월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법학자들은 성명을 통해 “형사책임연령의 하향은 발달과정에 있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형사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조치”라며 성인 형사법 영역에서 비범죄화와 비형벌화를 지향해 온 정책기조와 상충할 뿐 아니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형사책임연령을 최소 14세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온 점에 비추어 국제사회의 기준과 신뢰에 역행한다고 신중한 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대통령과 국회, 정부에 간곡히 촉구한다. 중학교 1학년인 13세의 청소년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보다는 소년법의 개정과 소년범에 대한 실효적인 정책 추진으로 소년의 건강한 발달과 사회복귀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선진적인 소년사법 체계를 구축해 주시기 바란다”는 의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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