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정책제안 무시하고 시 마음대로 용도 변경, 지역 청소년 강력 반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지적 역량은 OECD국가중 2위에 이를만큼 성숙한 의사소통과 사회 참여의 욕구가 높습니다. 이러한 청소년의 특성에 맞추어 각 지자체들은 ‘청소년참여위원회’ 또는 '미래세대위원회', '차세대위원회'라는 명칭으로 청소년 참여기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새 들어서는 전국에 혁신교육지구 운동이 펼쳐지면서 ‘청소년의회’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의사를 지자체 운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이 이 청소년 참여기구의 운영 목적인 것이죠.
청소년의 참여에 대해 정치·사회·문화 및 법적 협력을 도모하기 위하여 1949년 5월 5일 창설한 범유럽 정부간의 협력기구인 Council of Europe (유럽회의)는 1992년에 ‘책임과 의무를 갖고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포함되고, 허용되고, 조장되어야 할 청소년의 권리’라고 정의한 바 있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청소년을 미성숙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여겨왔던 우리 사회에서 지자체의 정책에 참여하는 통로로서 청소년 참여기구를 만들어 놓고 의사결정의 결과를 지자체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그야말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토크니즘(Tokenism)으로 전락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청소년 참여의 현황을 파악해 보는 청소년 참여 모델이 여러개가 있는데요, 이중 Treseder(1997)의 청소년참여 5단계 모델이 있습니다. 한 인터넷언론에서 이 청소년 참여 모델과 관련한 흥미로운 기고문 하나를 봤는데요.
1단계 "어른들이 의사 결정을 하고, 청소년에게 지시한다"에 해당한다는 응답자가 37.4%, 2단계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자문을 구한다"에 해당한다는 응답자가 35.1%로 나왔다고 합니다. (프레시안 2월 28일자, '선거권을 빼앗긴 청소년들의 참정권을 위해'에서 인용)
결국, 이를 합치면 72%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이 우리나라 참여 수준이 낮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아직도 청소년들을 들러리 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지금 충남 공주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충남 공주시가 신관동 일대에 청소년수련관을 지으면서 당초 계획에는 없던 신관동행정복지센터를 청소년수련관 건물내에 이전하는 방안을 끼어 넣어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공주시 청소년참여위원회는 지난 2018년 공주시에 ‘청소년수련관 건립’ 제안을 합니다. 인구 10만의 공주시에 청소년수련관이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공주시도 이런 현실을 인정했던 것 같습니다. 2019년에 신관동에 위치한 구 KBS공주사업소 부지를 매입, 약 41억을 들여 연면적 3,000㎡ 이상의 청소년수련관을 짓기 시작했던 것이죠.
하지만 공주시는 갑자기 이 계획을 수정합니다. 당초 계획과는 달리 청소년수련관 건립 사업명을 ‘복합커뮤니티센터’로 명칭을 변경한데 이어 지난 3월 3일부터는 신관동행정복지센터를 이곳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도 끼어 넣습니다.
이렇게 되면 엄청 우스운 꼴이 되는 셈입니다. 이게 말만 청소년수련관이지 청소년 전용공간은 4층 건물중에 딱 4층만 청소년수련관이 되는 겁니다.
공주 청소년은 1만 6천여명. 그중 50%만 이용한다해도 8천여명.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공주시는 이럴꺼면 누굴 위해 청소년수련관을 짓는 걸일까요?
문제는 또 하나 있습니다.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르면 청소년수련관은 연건축면적이 1,500m²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곳은 전체 7,380m² 중 1,287m²에 불과해 법적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청소년수련관을 짓다 보니 여기에다 돈 안들이고 행정복지센터도 슬그머니 끼우면 '손 안대고 코 풀 수 있겠다'는 공주시의 저급한 잔머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공주시도 무슨 사정이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과 약속한 사항을 공주시청 마음대로 변경하고 통보하는 식은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청소년수련관을 청소년들 제안으로 만들기 시작했으면 변경도 의사를 물어야죠.
공주시가 실시한 ‘신관동행정복지센터 신축이전 온라인 주민 의견수렴 설문조사’도 그야말로 요식행위에 불과해 보입니다. 아직도 이런 지자체가 있단 말인가요?
교육도시를 표방하는 공주시의 타이틀이 부끄러운 줄 아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