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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새 2만마리 죽는데 서울은 야생생물법 무관심

서울시 25개 자치구, 인공구조물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 방지 "무관심"

by 이영일


220699_221855_3448.jpg 동작구 소재 방음벽에 부딪혀 죽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새매 (2021년 7월 28일 기록) ⓒ 네이처링

새들이 유리창에 부딪히는 충동 사고가 지난 2017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시내에서만 2558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자연관찰 플랫폼인 '네이처링' 내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조사' 미션에 기록된 데이터를 근거로 "2,558건뿐 아니라 실제 충돌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새 종류에는 비둘기나 참새뿐 아니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새매'뿐 아니라 천연기념물 솔부엉이, 소쩍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참매, 호랑지빠귀, 붉은머리오목눈이, 노랑딱새, 멧도요, 벙어리뻐꾸기, 흰눈썹황금새, 오색딱따구리, 파랑새 등 평소 들어보지도 못한 중요한 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녹색연합의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면 서울은 새들의 비행 공포지역이 된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을 날다가 죽도록 방치한다는 말이 되는데, 실제로 서울의 대부분 자치구들이 새들의 충돌사고 방지에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20699_221856_3519.jpg 서대문구 소재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파랑새 (2023년 2월 3일 관찰기록) ⓒ 네이처링

녹색연합은 서울시내 25개 구청을 대상으로 유리창 새 충돌 저감조치 관련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자치구가 저감조치를 시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향후 계획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저감조치를 시행한 자치구는 구로, 금천, 노원구 단 3곳뿐이었다. 종로구는 계획 수립전이나 추진 계획을 검토중이고 금천구는 서울시 계획이 확정되면 그에 따라 시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동작구는 관내에 조류가 충돌할 높은 인공구조물이 많지 않아 조류충돌 저감조치 사업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용산구도 조류에 대한 피해 민원 접수 건이 없고 대도시권에는 필요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5개 자치구(강남, 강북, 강서, 관악, 도봉, 마포, 서대문, 서초, 성동, 성북, 송파, 양천, 영등포, 은평, 중구)는 설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서울의 자치구들은 새 충돌 문제를 그리 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정말 새들의 비행충돌 사고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걸까.

220699_221857_3552.jpg 유리창 새 충돌 저감조치 관련 녹색연합 설문에 대한 25개 자치구 응답 현황 ⓒ 녹색연합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2018년도에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방지 대책 수립'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1년에 약 800만마리, 하루 평균 약 2만여마리의 새가 사람이 만든 인공구조물인 투명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다"고 녹색연합은 지적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새들의 충돌사고는 이미 매우 심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회에서도 이같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5월 29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했다.


지난 6월 11일부터는 이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 야생생물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건축물, 방음벽, 수로 등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저감조치를 시행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녹색연합은 서울시 자치구들이 유리창 새 충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야생생물법 개정안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12일부터 시작했다. 이 결과는 1년후에 공개될 예정이다. 지금과 1년후, 새들의 안전을 위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모니터한다는 계획이다.


새 충돌 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시민도 디지털 시민광장 캠페인즈 플랫폼 내 <서울시 자치구에 요구합니다. 유리창 새충돌 문제 해결!> 페이지를 통해 각 구청 담당자에게 새 충돌 저감조치 시행을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새들이 서울의 하늘 아래서 안전하게 날을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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