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원회,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
1962년부터 1971년까지 부산에서 운영됐던 부랑인 집단수용시설인 영화숙·재생원의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결정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실화해위원회)는 25일 열린 제99차 위원회에서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6일 오후 2시 부산광역시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1명이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신청인 10명뿐 아니라 직권조사 대상자 171명을 확인해 총 181명이 진실규명 대상에 오른다.
피해 생존자들 기자회견장 찾아 환영 표해...감격한 일부 피해자들 눈물 흘려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는 기자회견장을 찾아 65년만에 내려진 진실규명 결정에 환영을 표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복받쳐 오르는 슬픔과 감격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실화해위원회는 2023년 8월 18일부터 직권조사를 진행해 왔다.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에 대한 최초의 직권조사 결정 사건이라고 진실화해위원회는 설명했다.
영화숙은 1951년 3월,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 3가 산17번지(국유지)에 개인이 임대 차용 후 설치됐고 54년 11월부터는 부산지역 한 사업가가 영화숙을 인수해 26명의 소규모 시설로 운영되다가 1962년 4월부터 영화숙 임원진이 전원 교체되고 부산시가 재생원 운영을 재단법인 영화숙에 위탁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숙은 18세 미만 부랑아 수용시설이고 재생원은 18세 이상 부랑인 수용시설로, 진실규명 대상자 181명은 경찰 및 법적 근거도 없는 영화숙·재생원 자체 단속반의 불법·과잉 단속으로 강제 수용된 후, 강제 노역, 구타 및 가혹행위, 성폭력, 교육받을 권리 등 인권을 침해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1967년 8월 31일과 9월 16일에 부산일보를 통해 영화숙·재생원 자체 단속 사실도 알려졌다.
밝혀진 인권침해 사례는 경찰이 단속과 수용 과정에서 아동의 부모 등 연고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강제로 영화숙·재생원에 수용한 점이다.
영화숙·재생원은 또 각종 무임금 강제 노역에 원생들을 동원했는데 대규모 공사가 있던 시기에는 10세 전후 아동까지 동원했다. 군대식 편제와 규율을 갖추고 원생들을 통제하면서 구타 및 가혹행위, 성폭력 및 사망 사고도 자주 발생했다.
기준 이하의 식사와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사망 사고도 빈번히 발생했고 구타 및 가혹행위, 질병 등으로 사망한 원생들의 시신을 영화숙 뒤편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들이 빼돌린 보조금 횡령 행태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영화숙 측은 부산시 수용비 및 외부 단체 각종 구호금품을 12년간 횡령했고 1967년부터 구호 물품 1400만원어치를 가로채기도 했다.
원장 이순영은 10여년간 외부단체 구호물품을 착복해 대지, 임야등을 매입해 사유화하기도 했다. 또 원장 이순영은 1천명분 어린이의 쌀 2444가마, 밀가루 2577부대, 생계비 210만원, 연료대 155만원 등 총 1800여만원을 횡령하기도 했다.
1971년 4월 12일, 부산 가톨릭 신부 23명이 영화숙 원장 이순영을 고발하고 당시 소 알로이시오 신부가 영화숙 아동 구출을 위한 1백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면서 12만3412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부산시는 영화숙·재생원 수용자 6백여명을 소년의집 등 부산시내 보호시설로 분산 수용하고 당시 보건사회부는 1976년 1월 12일, 재단법인 영화숙의 법인 설립 인가를 취소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에 대해 △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위로금, 생활지원금 및 의료비 지원 등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 △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후유증과 트라우마 등을 장기적으로 치유·관리할 수 있는 계획 수립·시행 △ 시신 암매장 추정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을 권고했다.
또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가 △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활동 종료 이후 추가로 확인되는 피해자에 대한 조사 활동 제도화 △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구제신청을 하지 않아도 적절한 보상 및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안 마련 △1945년부터 1992년까지 전국 모든 집단수용시설 관련 자료 전수 조사, 자료(DB)로 구축 후 기록물 분석 작업 등을 진행할 것도 함께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