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자퇴생 속출할 것'...“고교학점제 폐지하라”

전교조·교사노조, 8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

by 이영일
1.jpg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사노동조합연맹이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즉각 폐지를 촉구했다. ⓒ 이영일

올 3월 새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간 고교학점제. 고등학교 1학년부터 대학생처럼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고 학점을 따야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시작된지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아예 즉각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과 교사노동조합연맹(아래 교사노조)은 8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교육부가 학생들을 실험 도구로, 학교를 실험장으로 쓰고 있다"며 "고교학점제를 즉각 폐지하라"는 비판 목소리가 이어졌다.


고교학점제, 실제로는 선택을 가장한 또 다른 경쟁 장치


두 교사단체는 고교학점제 폐지 촉구를 위한 교사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는 “고교학점제가 자유로운 선택을 통한 진로 맞춤형 교육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선택을 가장한 또 다른 경쟁 장치에 불과하다"며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과목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어 파행적 제도의 즉각적 중단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특히 내신 상대평가의 확대와 2028 대입 개편안은 과목 선택의 자유를 무력화시키며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율이라는 명분 아래 주어진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과 불안이 커지고, 사교육 시장은 그 불안을 먹으며 팽창하며 계층 간, 지역 간 교육 격차까지 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3.jpg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사들이 고교학점제 폐지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교육부를 규탄하고 있다. ⓒ 이영일


이날 두 단체는 "고교학점제 반대 서명운동에 전국 고교 교사 1만9664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교조와 교사노조에 따르면 고교학점제로 과목 수는 몇 배로 늘어났으나 학령 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사 정원은 오히려 축소되고 있고 가르쳐야 하는 과목이 늘어나면서 수업 준비, 평가, 생활지도, 학생부 기록, 상담까지 교사 1인이 감당해야 할 몫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의 비판은 단지 일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공동 교육과정 운영, 시간표 편성, 외부 연계 수업 관리 등 수많은 행정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학교는 소규모 대학처럼 운영되고 있지만 그에 맞는 인력 지원과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해 이에 대한 문제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데 있다.


전교조, 교사노조 "교사 정원 확보, 절대평가 도입이 필요하다"


교사들은 그 대안으로 교사 정원 확보, 절대평가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학력 인구 감소를 이유로 한 교사 감축이 아닌 교육의 질 보장을 위한 적정 교원 수 확보가 필요하고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상대평가에서 벗어나야 학생 중심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이날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학생과 학부모는 불안, 교사는 부족, 업무는 대란, 학교는 혼란에 빠져 있다”며 “학생들이 조기에 진로 선택을 강요받고 불안한 학부모들은 사교육 컨설팅 시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3월이 되자마자 출결 문제가 터졌고 분노한 전국의 고교 교사들의 목소리에 놀란 교육부가 황급히 땜질 처방을 하고 미이수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사들을 다그치고 있다”며 “고등학교 2학년, 3학년으로 적용이 확대되면 될수록 문제는 계속 터져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보미 교사노조 위원장은 “학생의 선택권 보장, 맞춤형 교육, 진로 중심 수업 등 그럴듯한 말이 쏟아졌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대입 개편안과 모순되는 정책 탓에 학생들은 과목 선택이라는 미명하에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교육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 이영일


중간에 진로 바꾸면 불이익으로 학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 불안해 하는 고교학점제


이보미 교사노조 위원장은 “학생의 선택권 보장, 맞춤형 교육, 진로 중심 수업 등 그럴듯한 말이 쏟아졌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며 “대입 개편안과 모순되는 정책 탓에 학생들은 과목 선택이라는 미명하에 더욱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출결부터 준비되지 않아 수업은 무너지고 교사의 행정 부담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났다.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상처가 생기기 전에 이 파행 운영되는 제도를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0 서울시교육청 청소년참여심사단_사진_20250508_17.jpg 이보미 교사노조 위원장은 “학생의 선택권 보장, 맞춤형 교육, 진로 중심 수업 등 그럴듯한 말이 쏟아졌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 이영일


미이수 학생으로 낙인 찍히면...고교 졸업 포기하고 수많은 자퇴생 속출할 것


7년차 교사인 김자영 서울교사노조 중등정책국장은 “담임 교사가 일괄 처리하던 출결을 새로운 출결시스템에 따라 수십명의 교과교사들이 나눠 가지게 되면서 교사들의 부담은 몇 배로 늘어났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학교 현장의 어려움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해당 교실의 출결은 교과교사의 책임이자 권한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재민 전교조 경기지부장도 “2학년때 들을 선택과목 조사가 벌써 시작됐지만 상당수 1학년들은 아직 진로를 못 정했다. 17살 학생들에게도, 담임에게도 이른 시기 진로 선택은 참으로 가혹한 일”이라며 “선택과목 없는 통합형으로 바뀌는 2028학년도 수능에서는 고1 공통 과목에서만 출제되는만큼 2, 3학년 때의 선택 과목 성적은 내신 등급에서만 활용된다. 수업 파행이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지부장은 또 “학생들이 이제 졸업하려면 과목별 출석률 3분의 2이상, 학업 성취율 40%를 넘겨 192학점을 들어야 한다"며 "미이수 학생으로 낙인 찍힌 학생들은 가뜩이나 학습 무기력과 공부 상처에 시달리다 그나마 한 손에 쥐고 있는 고등학교 졸업이라는 꿈마저 포기하고 수많은 자퇴생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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