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아이가 딥페이크를 봤다고요?”

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디지털 성범죄 시대에 제안하는 양육자 성교육 제시

by 이영일
cybercrime-8878483_1280.png ▲온라인상에서 청소년들도 너무 손쉽게 소위 ‘야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이 왜곡된 성 역할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다. ⓒ pixabay


"10살 아이가 갑자기 ‘딥페이크가 뭐야?’라고 물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어요. 아이가 유튜브에서 무심코 클릭한 영상이 문제였죠. 그 순간 제가 이 아이에게 성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한 어머니가 너무 놀라 서울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아래 아하센터)에 상담을 요청한 내용중 일부다.


온라인상에서 청소년들도 너무 손쉽게 소위 ‘야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이 왜곡된 성 역할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노출되고 있다고 아하센터의 한 관계자는 지적한다.


부모들도 속수무책. 아하센터는 자녀들이 질문을 해 올 때 부모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자녀는 왜곡된 메시지를 ‘정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교육’이 된 시대에서 정작 부모들은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표준화된 지침 없고 교육 내용과 형식이 제각각인 학교 성교육, 민간 사교육도 내용 들쑥날쑥


아하센터는 24일 ‘디지털 성범죄 시대,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가 제안하는 양육자 성교육의 새로운 방향’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공교육 내 성교육이 시수 부족과 교사 전문성 한계로 인해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아지자 '부모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라고 이명화 아하센터장은 강조한다.


3번 사진_창동.jpg 시립창동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 실시한 프로그램에 양육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 아하센터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은 보건교과, 폭력예방교육을 포함해 매년 15시간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교는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 교육이 각각 1시간씩 총 2시간,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성매매 예방 교육까지 총 3시간이 의무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교육은 표준화된 지침도 없고 시도교육청마다 교육 내용과 형식이 제각각이고 학교장 재량이라 그 효과성은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많은 학부모와 학교는 민간단체나 외부 강사를 통해 성교육을 실시하지만 이마저도 내용의 질과 방향성에 있어 편차가 크다.


일부 민간단체는 종교적 신념이나 정치·이념적 성향에 따라 교육 내용이 편향돼 있는 경우도 있다고 아하센터는 지적한다.


순결 중심 교육, 금욕 생활, 과도한 에이즈 예방에 집중하는 정치·이념적 성향에 따른 성교육 우려


실제 ‘성은 결혼한 남녀 사이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식의 이성애 중심·순결 중심 교육, 금욕 생활, 차별금지법 반대, 학생인권법 반대 등의 사회적 논란이 되는 입장을 전제로 한 강의,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를 전제로 한 교육 등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진 사례가 사회 문제화 되기도 했다.


이런 성교육은 아이들의 성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저해하고 편견과 차별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우려가 높다.또 어떤 단체는 초등학교 저학년에게까지 에이즈 환자의 증상, 동성간 성관계에 대해 과도하게 노출시키거나 성폭력 예방이라는 명목 아래 피해자의 책임을 암시하거나 ‘노출이 많아서’, ‘주의하지 않아서’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과도한 에이즈 예방에 집중해 2차 가해적 메시지를 포함하기도 한다는 것이 아하센터의 설명이다.


2번 사진_동작.jpg ▲시립동작청소년성문화센터 체험관에서 진행된 양육자 성교육 프로그램 장면. ⓒ 아하센터


서울지역 8개 성문화센터, 전문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진짜 성교육 시행 "부모도 배워야 한다"


"성교육하기가 막막했는데, 아이와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지 방향을 제시해 주셔서 좋은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서울지역 청소년성문화센터는 공공기관으로서 검증된 콘텐츠, 전문강사,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매년 수천 명의 양육자를 대상으로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딥페이크 예방, 성평등한 관계 맺기, 발달단계별 자녀 지도법 등 실제 양육자들이 고민하는 주제들도 심도있게 다뤄진다는 것이 아하센터의 설명이다.


서울에는 아하센터를 비롯해 광진, 동작, 성북, 송파, 은평, 창동, 드림(양천) 등 8개의 성문화센터가 존재한다. 이중 송파는 구립이고 나머지는 모두 서울시 소관 센터다.


이곳에는 강의 매뉴얼 워크숍, 보수교육,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과 신뢰성을 확보한 자격을 갖춘 강사들이 양육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성문화센터에서 진행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양육자들의 만족도는 평균 97점 이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또 프로그램에서 다뤄진 자녀와의 대화를 위한 적절한 언어 선택, 일상에서 성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법, 자녀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반응하는 연습 등은 실제 삶에서 즉각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gerag.jpg ▲서울지역 성문화센터 8개소 위치. ⓒ 아하센터


이명화 아하센터 센터장 "공공의 가치와 철학이 반영되는 성교육 기회 확대되야"


이명화 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은 "지금의 청소년들은 디지털에 과몰입되고 오프라인에서는 관계의 단절과 고립이 심화되는 시대"라고 설명한다.


이 센터장은 "청소년 자녀를 둔 양육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의 성교육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쳐선 안 된다.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언어를 익히고, 단절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센터장은 또 "성교육은 삶의 방식이자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감수성을 키우는 과정이며 공공의 안전망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공공의 가치와 철학이 반영되는 성교육 기회는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http://www.civilreport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4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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