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누리 교수 양산 강연, 4시간 전 갑자기 대관 취소돼

"너무 강한 공격이라 감당이 안됩니다"...보수 학부모 민원

by 이영일
1.jpg ▲김누리 교수 초청 강연 주최측인 ‘포럼, 사람과 교육’이 25일 오후 2시 양산시청 앞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상검열에 굴복한 양산시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3일 수요일 오후 6시 30분, 경남 양산시 물금읍 소재 양산물금청소년문화의집(아래 청소년문화의집)에서 ‘포럼, 사람과 교육’ 과 ‘새로운학교경남네트워크’ 공동 주최로 김누리 중앙대 교수 초청 강연회가 예정되어 있었다.


김누리 교수는 KBS 이슈픽 쌤과 함께, JTBC 차이나는 클라스, EBS 부모클래스에 출연하며 우리 사회의 교육에 대한 강의로 인기를 받아왔다.


그런데 이 초청 강연회는 시작 4시간전에 청소년문화의집이 대관 취소를 전격 통보해 열리지 못했다. 주최측은 급히 장소를 양산동면초등학교 시청각실로 변경해 진행했지만 차질이 불가피했다.


물금청소년문화의집, 행사 4시간전에 대관 취소 통보 "너무 강한 공격이라 감당이 안됩니다"


청소년문화의집은 행사 당일인 오후 2시 34분, 대관 허가 취소을 알리는 공문을 주최측에 일방 통보했다. 사유는 ‘관내 사회단체 및 시민으로부터 민원이 다수 접수됐고 양산시로부터 대관 승인에 대한 재검토 요청 공문이 접수된 바 있다'를 근거로 제시했다.


3.jpg ▲김누리 교수 초청강연 대관을 취소하겠다는 물금청소년문화의집 공문. 공문 내용에는 "양산시로부터 대관 승인에 대한 재검토 요청 공문이 접수된 바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청소년문화의집은 공문을 보내기 34분전, 주최측 송영기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대표님, 오늘 강연을 장소 변경해 주십시오. 저희는 대관을 취소 진행하겠습니다. 청소년관리시설 조례에 의거하여 취소사유에 해당되었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고 전했다.


청소년문화의집 관계자는 또 "거듭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너무 강한 공격이라 저희가 감당이 안됩니다. 부족합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청소년문화의집이 근거로 든 이 ‘공격’ 민원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취재 결과 이 지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김누리 교수가 동성애를 조장한다고 강의를 취소하라는 민원이 양산시에 빗발쳤다’는 내용이 이미 파다한 상태였다.


행사 주최측 25일 오후 2시 양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 "표현의 자유 억압하고 사상검열에 굴복한 양산시 규탄한다"


이번 강연회를 주최한 ‘포럼, 사람과 교육’은 25일 오후 2시 양산시청 앞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사상검열에 굴복한 양산시를 규탄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영기 대표는 25일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화의집이 행사 취소 당일 하루전인 22일에도 문자를 보내왔다. 악성 민원이 많이 들어와서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었지만 대관 취소를 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악성 민원에 더해 양산시의 재검토 요청에 문화의집이 압박을 느껴 대관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0993_41509_2025.jpg ▲청소년문화의집 관계자가 주최측 대표에세 보내 온 문자 메세지. 보수 학부모들의 민원이 얼마나 지독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 송영기


송 대표는 "(양산시가) 직접적인 지시가 없었더라도 이는 행정 권한을 이용한 실질적 압박이며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심각한 사안"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표현·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중대한 위헌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주최측은 "양산 학부모라는 이름의 집단이 실무 담당자에게 항의 전화와 문자를 보내며 강연 내용에 대한 부적절성을 주장했고 강연 취소를 요구하며 욕설과 모욕적인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양산시에서는 특정 사상검열을 통과하지 못하면 교육 행사조차 열 수 없는 것인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학술 강연을 방해했고 양산시는 이에 굴복해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공론장을 차단한 것"이라며 참담함을 표했다.


양산시 누리꾼들 "청소년문화의집은 안 되고 초등학교는 되냐?"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

60993_41510_2057.jpg ▲장소가 당초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양산동면초등학교로 변경됐지만 양산 시민과 학부모 12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왼쪽이 김누리 교수다. ⓒ 이민희


김누리 교수 강연의 제목은 「새로운 시대 교육의 길을 묻다」였다. 주최측은 특정 정파의 선동이나 정치 집회가 아닌, 교육의 공공성과 민주주의 회복을 주제로 한 순수한 학술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양산시가 ‘정치적으로 불편할 수 있다’는 모호한 이유를 들어 공공시설 사용을 막았다는 주장인데 사실상 청소년문화의집 결정이었다기보다는 양산시의 결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높다.


장소가 당초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양산동면초등학교로 변경됐지만 양산 시민과 학부모 12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시 누리꾼들은 "민원 넣는 사람들이나 그렇다고 취소하는 수련관(문화의집)이나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청소년문화의집은 안 되고 초등학교는 되냐?"며 어처구니 없는 반응을 보였다.


‘포럼, 사람과 교육’은 25일 기자회견을 마친후 김누리 교수 초청 강연회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한 항의서한을 양산시에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양산시에 대관 취소 결정의 경위와 판단 기준을 시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명할 것과 사상검열 금지, 시민 권리 보장을 명시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을 비롯해 표현의 자유와 공공성을 침해한 일방적 대관 취소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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