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시민사회단체, 22일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
미얀마 군부의 집단 학살로 수만명이 사망한 로힝야족의 비극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면서 국제사회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명 '로힝야 집단학살'은 지난 2017년, 미얀마 군부와 일부 불교 극단주의 세력이 로힝야족(주로 무슬림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대규모 학살을 자행한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강간과 방화, 강제 추방이 이어졌고 70만명 이상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유엔은 이를 전형적인 '인종 청소'로 규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비극적 학살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고 처벌받은 사람도 없다. 전 세계적으로 약 250만 명이 살고 있는 로힝야족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민족이라고 불리고 있다.
"집단학살 분명한데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다"
지금도 로힝야에 대한 희생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민주연대, 민변 국제연대위, 발전대안 피다, 실천불교승가회, 아디, 참여연대, 해외주민연대 등 한국의 20개 시민사회단체는 22일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이들은 "미얀마 라카인 지역에서는 미얀마 군부와 아라칸 아미(AA)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며 로힝야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 군부가 로힝야 청년들을 강제 징집하고 있고 반대로 아라칸 아미는 로힝야에 대한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로힝야인들은 식량 부족과 전염병 위험, 의료 시스템 붕괴로 피난에 나서고 있고 그 일부는 국경을 넘지 못한 채 바다와 숲을 떠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까스로 방글라데시에 도착한 사람들도 기본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미얀마 군부 수뇌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그 효력은 발휘되지 못하고 있고 여기에 국제사회도 침묵하면서 수십만 명의 실향민이 다시 발생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얀마 군부 경제사업에 참여, 한국정부는 방관
기자회견에 참가한 강도 높은 어조로 미얀마 군부를 규탄했다. 박상훈 사단법인 아디 대표는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집단학살로 100만 명에 이르는 로힝야인들이 비참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진실을 은폐하고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있는 미얀마 군부에 대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천불교승가회 여암스님도 "수년째 미얀마 대사관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있지만 군부의 독재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며 "한국의 시민사회가 연대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인남 해외주민연대 대표는 "2017년 로힝야 집단학살은 보편적 인권의 절멸을 의미한다"며 "한국의 시민사회가 로힝야인들과 끝까지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미 참여연대 선임간사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이 선임간사는 "유엔이 로힝야 집단학살을 집단학살로 규정했는데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있다. 한국의 기업이 미얀마 군부가 추진하는 경제사업에 참여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 정부가 로힝야 학살을 막고 책임자 처벌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미얀마 군부를 향해 ▲ 로힝야 학살 책임 인정 및 즉각 물러날 것 ▲ 로힝야 난민의 시민권과 안전한 귀환 보장할 구체적 조치 시행을 촉구했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미얀마 군부와 아라칸군이 자행하는 민간인 학살을 즉각 중단시키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구제에 나설 것과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와 라카인 지역 로힝야 공동체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국제사법기구에 대해 로힝야 학살과 민간인 피해에 대한 책임자를 신속히 기소하고 처벌할 것을, 한국 정부에는 미얀마 군부와 연계된 경제활동을 철저히 차단하고 로힝야 난민에 대한 지원과 연대를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이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서를 주한미얀마대사관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