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위 청소년들의 마음 밝히는 '대구 꿈마루 밥차'

광장의 밤하늘 아래서 따뜻한 식탁이 주는 사랑

by 이영일
KakaoTalk_20250826_135412166.jpg ▲곽보인 대구일시청소년쉼터 소장(맨 우측)과 꿈마루 밥차를 운영하고 있는 꿈마루 직원들. ⓒ 이영일

저녁 6시. 캠핑카 한 대가 대구시 수성구 신매광장에 나타났다. 이름하여 꿈마루 밥차다.


대구 시내를 누비며 위기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전하는 이 특별한 밥차의 정확한 이름은 '심야식당 꿈마루 밥차'다. 캠핑카 내부를 개조한 이 밥차에 탑승한 사회복지사와 청소년지도사, 그리고 자원봉사자 3~4명은 능숙한 솜씨로 청소년들에게 제공할 식사를 착착 준비해 갔다.


이들은 모두 대구광역시일시청소년쉼터(고정형) '꿈마루' 소속이다. (청소년쉼터는 이동형과 고정형으로 나뉨) 여성가족부와 대구광역시의 위탁을 받아 대구경북흥사단이 운영하는 꿈마루쉼터는 위기·가정 밖 청소년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는 청소년복지시설이다.


26일 대구 현지에서 기자와 만난 곽보인 대구광역시일시청소년쉼터(고정형) 소장은 "일시청소년쉼터는 7일 이내로 위기·가정 밖 청소년들을 보호합니다. 24시간 365일 교대근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 꿈마루 밥차는 일시청소년쉼터의 사업 중 하나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청소년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고 또 올바른 식습관 지도도 같이 하고 있어요. 청소년을 위한 이동형 상담소이자 정서 회복 공간의 역할을 하려 노력하고 있답니다"


IE003514516_STD.jpg ▲대구 시내를 누비며 위기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전하고 있는 ‘심야식당 꿈마루 밥차' ⓒ 대구광역시일시청소년쉼터


2017년부터 시작된 이 꿈마루 밥차는 2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화요일부터 목요일 6시부터 10시, 4시간동안 율하광장을 비롯해 다사 만남의 광장, 신매광장, 칠곡지구 등 청소년 밀집지역을 순회하며 찾아가고 있다.


"꿈마루 밥차가 멈추는 곳마다 청소년의 삶이 다시 움직인다"


도시락을 제공하며 진행되는 거리 상담활동(아웃리치)과 보드게임, 청소년 타로, 의료지원까지 이 꿈마루 밥차는 거리 청소년들에게 심리적 휴식과 신뢰 형성의 공간을 제공하느라 바쁘다.


한 끼 식사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서 범죄 노출 위험을 낮추는 방패막이 되기도 한다. 가정폭력, 경제적 빈곤, 관계 단절로 거리로 밀려난 청소년들은 생계형 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이 밥차와 꿈마루는 이를 조기에 발견해 보호하고, 상담차(car)를 통해 심화 상담과 사후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IE003514517_STD.jpg ▲꿈마루 밥차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청소년들. ⓒ 대구광역시일시청소년쉼터


식사는 지역사회 자활사업단과 협약후 직접 제조한 도시락을 구입한다. 밥차활동을 나가기 전에 따뜻한 밥이 도착한다. 4천만 원에 육박하는 모든 사업비는 대구광역시가 100% 지원하고 있어 힘을 받는다.


꿈마루 밥차는 청소년쉼터뿐 아니라 지역 내 다양한 복지기관 및 병원, 상담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기반 청소년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지속적인 간담회와 의견 수렴을 통해 청소년의 참여도를 끌어 내며, 단발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개입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이금진 아웃리치 팀장은 청소년들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밥차와 아웃리치 부스에 다가서길 망설이던 청소년들이 지속적인 거리상담을 통해 마음을 열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 놓기 시작했어요. 체험 활동과 진로 상담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찾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IE003514518_STD.jpg ▲꿈마루 밥차와 함께 거리 상담활동(아웃리치)을 진행하는 모습. ⓒ 대구광역시일시청소년쉼터


지난해 기준 꿈마루 밥차는 연 103회 이상 대구 시내를 달렸다. 수백명의 청소년에게 식사와 상담, 쉼을 제공했다. 그곳에서 흘러나온 수많은 이야기들은 이제 단절이 아닌 연결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정성 가득한 도시락과 함께 희망도 나눕니다"


이 꿈마루 밥차는 단순한 급식 지원을 넘어 정기적인 정서 프로그램과 문화체험 활동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체험 아웃리치 부스도 함께 운영이 된다. 특히 '밥차 타고 떠나는 여행'은 청소년들에게 낯선 세상에 대한 기대와 경험을 심어주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밥차타고 떠나는 여행'은 심야식당 꿈마루 밥차를 이용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건강한 문화, 다양한 여가활동, 취미생활 선용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과의 지속적인 유대관계 유지와 문화적 격차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이다.


IE003514519_STD.jpg ▲‘밥차 타고 떠나는 여행’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남해 독일마을을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대구광역시일시청소년쉼터


2017년 이후 밥차타고 떠나는 여행은 매년 이월드(대구), 캘리포니아비치(경주), 어촌체험(울진), 영화관람, 아쿠아리움체험. 남해 독일마을 일대 등 대구지역 또는 대구근교에서 여행 및 문화프로그램을 청소년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도소룡 꿈마루 밥차 담당자는 "아이들이 자신들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어른이 옆에 있어 세상에 대한 믿음을 얻어가는 것을 느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때로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 아파할 때도 있지만, 그 순간 이어지는 따뜻한 정서적 교류야말로 제가 지치지 않고 이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진정한 힘이 됩니다"라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https://omn.kr/2f345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권위, '7세 고시는 아동권리 박탈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