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 바뀌면 나가야 하나요? 청소년상담사들의 '호소

by 이영일
KakaoTalk_20251112_132058906.jpg ▲서울 중구 수표동에 위치한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전경. ⓒ 이영일

서울 중구 수표동에 위치한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아래 상담복지센터).


기자가 방문한 12일 센터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상담을 하는 곳이라 원래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지만 최근 이 센터 직원들은 말수가 적어졌다고 한다. 한 제보자는 "지금 센터에는 슬픔과 좌절감, 불안이 뒤덮고 있다"고 말한다.


위기청소년 발굴부터 상담, 치료 연계, 비대면 상담, 금융·법률 지원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통해 청소년의 심리적 안정과 성장, 진로 등을 지원하는 상담복지센터는 개원 28년차의 공신력 있는 상담 기관으로 현재 정규직 20여명과 요일제, 시간제 등 임시직 상담사 50여명 등 총 70여 명이 청소년 상담에 매진하고 있다.


이 센터에 변화가 온 것은 지난 8월 14일. 서울시가 발표한 상담복지센터 민간위탁 시설 공모 결과 강서대학교(아래 강서대)가 기존 한국청소년육성회을 누르고 1순위 적격단체로 선정됐다.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민간위탁 기관에 강서대학교 선정되자 "부적절하다" 이의 제기


이 내용이 발표되자 강서대가 청소년상담 민간위탁 기관으로 부적절하다는 민원이 서울시에 제기된다.


주요 내용은 강서대가 2021년 9월 29일부터 2024년 12월 27일까지 서울시로부터 시립강서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할 서울시 예산편성 기준을 준수하지 않아 1400여만 원의 환수 필요가 발생했다는 내용으로 확인된다. 취재 결과 이중 600만 원은 해당자가 환수를 거부하고 육아휴직 후 퇴사했고 당시 800만 원만 환수돼 서울시에 반납됐다.


민원 사유는 또 강서대에서 위탁 운영 업무를 담당했던 자가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판정받았다는 주장. 그 당시 강서대학교 내부 서류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당시 강서대인권센터가 학교징계위원회에 상정해 '성희롱 피해 및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결정 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이같은 민원이 제기되자 9월 30일, 강서대에 대한 위탁 적합성을 다시 심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성희롱 등 비위 건에 대해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상 주요비위행위는 행정처분 또는 벌금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라며 재심의 시 감점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초 결정사항 변경없이 그대로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위탁기관으로 강서대를 최종 결정했다.


민간위탁 운영권 개시 3일전 부장 고용 미승계 통보한 강서대학교 "부장은 관리자급이라..."


이에 따라 강서대는 지난 11월 1일 공식 위탁 운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10월 29일 강서대는 센터 A부장에게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로 고용 미승계 방침을 전달한다. 불과 3일전에 사실상의 해고 통보였다.


A 부장은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루전날 팀부장급만 면담을 하겠다고 해 잔뜩 긴장을 했었지만 그냥 전반적인 운영이나 이런 부분만 대회를 했다. 제 개인 거취를 판단하려고 하는 질문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서대 기획처장은 이에 대해 이런 입장을 설명했다.


"해당 부장은 기존에 꽤 오랜 기간동안 열심히 잘 해 오셨지만 부장 직책은 관리자급으로 판단했다. 실제 업무 총괄 역할이라 새 센터장이 오면 저희 대학과 사업 수행을 잘 하기 위해 부장도 새로 모시면 좋겠다라는 큰 취지였다. 개인을 특정 사유로 배제한 것은 아니다. 또 서울시에서는 80% 이상 고용승계해야 된다고 하지만 저희는 98% 정도 고용승계했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와 강서대 모두 정부 관련 법규를 잘 모르거나 지키지 않는 데서 연유한다. 정부가 2021년 제정한 '위수탁 변경 시 정부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전 민간위탁 계약기간 중 위탁사무에 고용된 민간위탁 노동자를 우선고용함으로써 고용승계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IE003547577_STD.jpg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고용승계 관련 방침 준용 여부에서 서울시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 이영일


따라서 서울시가 80%는 고용승계해도 되고 나머지 20%는 안해도 된다는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 관리지침>은 상위 근거를 무시해 노동자들을 사실상 해고하는 명분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10월 22일 윤건영 의원실이 밝힌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고용승계 관련 방침 준용 여부에서 서울시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또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센터장은 근로계약서가 아닌 임용계약서를 써 '관리자'가 맞지만 부장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근로자'가 맞다.


"민간위탁기관 바뀔때마다 20%는 짤라도 되나. 황망하고 망연자실하다"


센터 직원들은 이같은 사실을 '충격'이라고 말한다. 민간위탁 기관이 바뀔 때마다 누군가는 또 고용 승계가 안 되는 상황에 대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


기자가 제보를 받고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방문했지만 직원들은 기자와의 인터뷰를 한사코 거절했다. 강서대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 염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한 직원이 센터 건물에서 밖으로 나가자 기자를 쫒아와 "너무 답답하다"며 하소연을 쏟아냈다.


"지금 A부장님은 사실 일을 굉장히 열심히 하던 부장님이었어요. 직원들이 정말 많이 따랐는데 이 내용을 듣고 높이 올라갈수록, 그 일을 열심히 할수록 1순위로 내쳐지는구나. 그러면 일을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되나. 너무 슬픈 상황입니다. 정규직이라는 계약서가 무용지물로 민간위탁 법인이 바뀌면 그냥 고용승계가 안될 수도 있구나에 직원들이 다들 충격에 빠져 있죠"


현재 대다수 직원들은 겉으로 보기에 평안해 보이지만 내부적으로 굉장히 황망하고 망연자실 상태라고 한다. 전문성을 갖춘 훌륭한 리더를 3일전에 법인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파리 목숨처럼 밥그릇을 깨는 모습을 직접 보니 무서워서 아무 얘기를 못하고 있다는 것.


심지어 "아, 청소년기관이 결국 나의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곳이였구나. 그렇다면 여기 굳이 승진을 해가면서 일을 열심히 해가면서 있어야 하나 이런 생각에 떠날 준비들을 하는 거죠"라고 하소연 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한다.


"저희는 대부분이 상담자여서 내담자들하고의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희는 특히나 고위기 청소년들이 많이 와요. 자살 자해 친구들 많이 오는데 그 친구들하고 라포를 형성해 상담 관계를 돈독하게 해 놨는데 A부장님의 경우 3일 전에 나가라는 통보를 받아서 그 다음 주 상담 약속을 하나도 못 지킨 거죠. 실제로 A 부장님에게 상담이 예약되어 있는 청소년에게 법인이 바뀌어서 상담자가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를 차마 할 수는 없어 '개인 사유로 선생님이 못 나가게 됐어'라고 하자 이 친구들의 배신감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강서대학교 총장님, 저희의 호소를 들어 주세요"... 회신도 면담도 하지 못한 직원들의 '눈물'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직원들은 '고용승계 100%를 요구한다'는 이메일을 강서대 총장에게도 보냈다. 70여명이 서명한 이 메일에는 "A 부장이 팀원으로 입사를 해서 팀장, 부장을 거치면서 직원들이 많이 따르는 사람이었고 굉장히 일도 열심히 잘하고 있는 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단순히 옛날부터 같이 일했으니까 같이 일하게 해달라가 아니라 굉장히 뛰어난 인력이라는 것.


6일에는 강서대 총장을 찾아가기도 했었지만 총장실 앞에서 제지도 당해 말도 꺼내지 못했고 다른 직원에게 "이미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번복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


3일에는 사무실에 'A 부장의 고용미승계를 취소해 달라'는 호소 현수막도 붙였다. 11월 1일 공식 운영을 시작했으니 3일 월요일에 강서대에서 누군가가 공식적으로 올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


"저희는 이 문제를 밖에 나가서 외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저희 센터가 시끄러워지면 오는 내담자들이 불안해한다라는 것이 업무 철학입니다. 청소년을 보호하는 마음이 아주 크거든요. 그래서 바깥을 향하기보다는 그냥 소리 없이 강서대를 향해 계속 사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강서대 분들이 오시면 '우리 직원들의 마음이 이렇다'라고 호소를 하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기자가 방문한 12일까지도 강서대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현수막도 서류를 넣어두는 책장 앞에 붙였었는데 열고 닫고 해야해서 업무에 방해가 돼 7일에 스스로 떼었다고 한다. 그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자 한 직원은 "저희가 두렵습니다. 서울시에서 예산도 받아야 하고 강서대에서도 보복이 있을까 무섭습니다"며 공개를 거절했다.


"청소년들을 만나는 직업, 감정이 불안정한 청소년들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최선을 다해서 감정을 붙들고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그것이 전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요. 정말로 밖에다 표출을 못한 게 이런 불안한 기관인 것을 알면 안 그래도 불안이 높은 친구들이 찾아오기 더 힘들어질까 봐 더 우려가 큽니다. 이런 우리들의 진정성을 강서대가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IE003547573_STD.jpg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개원 28년차의 공신력 있는 상담 기관이다. ⓒ 이영일


강서대학교 "늦게 알려드린 것에 대해서 유감이다"


현재 A 부장은 "개인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하면 내담자들한테도 피해가 되고 또 몇 년에 한번씩 계속정규직 자리가 비정규직처럼 흔들리는 상황이 됩니다. 강서대가 재고를 해주길 희망하지만 어려울 경우를 위해 노동 관련 노무사나 변호사의 자문을 받으려 한다"고 전했다.


한편 강서대 기획처장은 "선정 과정에서 기존 법인이 이의 신청을 해서 시간을 잃어버린 측면이 있다. 재심의를 거쳐 10월 2일에 확정 통보를 받았는데 추석 연휴도 있고 일정이 좀 급했다. 고용승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초적인 정보를 받은 것이 이미 10월 말이었다. 최대한 서둘러서 직원 인터뷰도 잡고 결정을 했지만 고용 미승계에 된 당사자로서는 급하게 통보받은 측면은 있다. 늦게 알려드린 것에 대해서 저희도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획처장은 3일전 고용 미승계 통보로 예정된 상담에 지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청소년들 상담하는 것도 부장으로서의 고유 업무는 아니셨을 수도 있는데 열정이 있으셔서 상담을 하신 것 같다. 그 부분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고 그런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미 10월 31일부로 근로 계약이 끝났다. 그래서 지금 다시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예를 들어 나중에 센터장이 채용되면 그때 부장직 채용 계획을 세워서 진행할 때 재취업하실 수 있는 여지는 당연히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 청소년기관 민간위탁 법인 교체 문제로 잦은 홍역을 앓고 있다. 이미 서울시청소년성문화센터 민간위탁 기관 모집에 보수 기독교단체인 넥스트클럽이 응모해 논란을 빚었고, 서울시인터넷중독예방센터도 푸른나무재단이 위탁 운영을 맡은 후 6명의 인력을 고용승계에서 제외했다가 논란이 일자 위탁을 포기하고 전원이 다시 일터로 복귀하는 일도 있었다.


이번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도 인원은 1명이지만 위탁 법인이 바뀌면 누군가는 일터를 떠나야 하는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준수 철저와 고용승계에 대한 철저한 매뉴얼 마련 등 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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