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의 자유 제한하려는 국회? 커지는 집시법 개악 논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와 야간 집회·시위 금지 담은 집시법 개정안

by 이영일
d_ac4Ud018svcvxkqmdagxm8q_u5y5uu.jpg 내란을 저지하고 탄생한 촛불정부에서 때아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논란이 일고 있다. ⓒ 이영일


내란을 저지하고 탄생한 촛불정부에서 때아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의 집회와 시위가 위헌·위법적인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의 비상계엄으로부터 국회를 구하고 민주주의를 구한 것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가 집회의 자유를 축소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그 핵심이다.


시민 기본권 제약하는 집시법 개정안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아래 행안위)에 계류중인 집시법 일부 개정안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집시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와 야간 집회·시위 금지, 교정시설과 도시철도역사·철도역 시설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 집회 시위 전면 금지 등인데,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를 두고 지난 정부부터 이어져 온 장소·시간 제한 정책을 법제화해 시민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제약한다고 비판하고 나선 상태다.


현재 국회에는 6개의 집시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안에는 집회 금지구역에 대통령 집무실 추가 및 야간 집회·시위 금지 부활을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안도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금지를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안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안에는 교도소와 구치소, 도시철도역사와 철도역 시설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 집회 시위를 전면 금지했다. 반면 용혜인 의원안은 절대 집회 금지장소 조항 삭제를 규정하고 있다.


현행 집시법 제11조는 국회와 각급 법원과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국무총리 공관 등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를 집회와 시위 금지로 규정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천주교인권위원회 "집시법 개정안은 집회의 자유 침해하는 개악"


IE003548805_STD.jpg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대행진’ 모습. ⓒ 권우성


이를 두고 참여연대는 지난 5일 "대통령 관저는 그렇더라도 대통령 집무실을 집회 금지장소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되려 대통령이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또 "2010년 이후 야간 집회·시위 금지 조항이 사문화된 후 10년이 훨씬 지났지만 야간 집회·시위로 인해 사회적 혼란과 치안 공백이 발생한 경우는 없었다"며 "자정이 넘는 시간에 이뤄진다는 이유만으로 집회·시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무리 일부 예외를 둔다고 하더라고 헌법에서 폭넓게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도 지난 11일, 교정시설 앞 집회 금지가 집회의 자유 확대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구치소와 교도소, 소년원 등 교정시설에 항의하기 위한 집회를 그 항의 대상으로부터 분리해 집회의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교정시설에서 질서 유지를 이유로 진정실 수용이나 징벌 부과 등 수용자에 대한 각종 강제력이 남용될 위험이 상존하는데, 만약 인권 침해 사건이 발생할 경우 수용자의 특성상 외부인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교정시설 앞 집회를 금지할 경우, 수용자의 가족이나 지인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마저 원천 봉쇄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지적이다.


인권사회단체 "행안위에 계류 중인 집시법 개정안 24건에 대한 의견 내겠다"


IE003548806_STD.jpg ▲지난 12일 국회에서 참여연대와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사회단체들과 용혜인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 용혜인 의원실


논란이 커지면서 지난 12일에는 국회 소통관에 참여연대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물론,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과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참여연대, 용혜인 국회의원이 참석해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현 집시법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 계엄군과 경찰에 맞서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을 수호했던 민주 시민들의 집회는 불법 집회다. 계엄과 내란이 성공했더라면 당시 국회 앞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에 대한 채증 기록을 바탕으로 형사처벌이 진행됐을 것이 명약관화하다"라며 집시법 11조를 폐지함으로써 집회시위의 자유를 한 단계 도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 의원은 또 "집회·시위란 기본적으로 집회 주최측이 공적 권한과 책임이 큰 최고위 공직자와 헌법기관으로 하여금 자신들의 주의 주장을 호소하는 수단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기관과 기관장은 국민들의 요구를 귀담아 들을 의무가 있는데 집시법 11조는 이 불편한 책임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권력자의 의도가 반영된 조항으로,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근본적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후 국회 행안위에 계류 중인 집시법 개정안 24건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의견서에는 헌법상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 입장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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