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 지정에 4.3 관련 단체 '반발

국가보훈부, 11월 4일자로 故 박진경 대령 국가유공자로 지정

by 이영일
IE003559201_STD.jpg ▲국가보훈부는 지난 11월 4일 박진경 대령 유족에게 국가유공자 증서를 전달했다. 박진경 대령 유족


제주 4·3 항쟁 당시 '민간인 학살 책임자'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故 박진경 대령을 이재명 정부가 국가유공자로 지정한 것이 뒤늦게 알려지자 4.3관련 단체들의 취소 주장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상훈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결과가 주목된다.


국가보훈부, 11월 4일자로 박 대령 국가유공자로 지정···시민사회 반발 확산


13일 <한국NGO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보훈부(이하 보훈부)는 지난 11월 4일자로 박 대령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했다. 지정 사유로는 유족이 신청했는데다가 박 대령이 무공훈장을 받은 무공수훈자였기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제주4·3희생자유족회 등 4·3단체로 구성된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보훈부는 박 대령의 국가유공자 자격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제주4·3범국민위원회, 민족문제연구소 등도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박진경의 국가유공자 지정을 취소하라"고 항의했다. 단체들은 "보훈부 장관은 사과하면서도 법 절차에 의한 처분이라는 것을 고집하고 있다. 제주 4.3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220510_221997_1339.png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와 제주4.3범국민위원회 등은 1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3 학살 주범인 박진경 국가유공자 지정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연합뉴스


시민단체 경실련도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제주4·3 사건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대표적인 국가폭력 사건이고 4·3 관련 기록물은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힌 기록’으로 명시돼 올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며 박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인정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박 대령에 대한 국가유공자 지지 목소리도 존재한다. 김덕영 건국전쟁 영화감독은 <한국NGO신문> 기고문에서 “진정 나라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한 군인이 좌익들에 의해서 명예가 더럽혀 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박 대령을 '제주4.3 학살의 원흉'이라고 주장했던 제주4.3 관련 단체들도 더 이상 거짓과 왜곡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제주4.3은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 맞다”고 주장했다.


"무공수훈자이기에 국가유공자 지정, 행정적으로 잘못 없어"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박 대령이 민간인 학살자라고 해도 이미 무공수훈자이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잘못된 것어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무공수훈이 박탈되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보훈부는 무공훈장 취소는 행정안전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 넘기려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다만 권 장관은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잘못됐으나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논리인데 유족들의 반발은 거세다.


반발이 계속 거세지자 권 장관은 지난 11일 직접 제주를 찾아 4.3희생자 유족과 도민에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도민의 분노는 더 커지는 양상이다. “보훈부 장관으로서 변명이나 말을 더 붙일 이유가 없다”고 사과하면서도 국가유공자 지정 취소는 어렵다는 말 때문이다.

220510_221989_1648.jpg ▲영화 건국전쟁2 포스터에 나온 박 대령. 한국NGO신문 자료 사진


논란의 당사자인 박 대령은 1918년 경남 남해생으로 오사카외국어학교를 거쳐 일본군 공군 소위로 한때 제주에서 근무했다. 1948년 5.10 선거를 앞두고 선거와 정부 수립을 반대한 남로당 유격대가 일부 주민들과 합세해 준동하며 관공서 습격.폭동 등의 4.3 사건을 일으키자 미군정이 경찰력으로는 진압이 어렵다는 판단하고 경비대 투입 결정을 함에 따라 당시 중령 계급으로 조선경비대 총사령부 인사국장이던 그가 5월 6일 제주에 파견돼 경비대 제 11연대장 지위로 남로당 유격대에 대한 진압 작전을 수행한 후 그해 6월 18일 취침 중 경비대내 남로당 프락치인 부하들에 의해 살해됐다.


박 대령은 1950년 12월 한국전쟁 중 당시 이승만 정부로부터 을지무공훈장을 받았고 현재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다.


한편 김영진 전 경남도의원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창호 선생이 했던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는 말이 다시 생각난다"며 "국가유공자 지정은 반드시 취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021년 처음으로 해당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지난 12일 상훈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결과가 주목된다. 이 안에는 서훈공적심사위원회를 설치, 서훈 추천의 적정성·공적 심사와 서훈 취소 사유 검토까지 담당하도록 하고 심사기준과 회의록 공개를 의무화해 심사 투명성과 정당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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