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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Sep 17. 2023

친구가 출판하다

부럽기도 기분 좋기도 해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써보고 싶어 진다. 많은 작가들이 책을 읽다가 데뷔하는 경우가 많다. 글에 대한 거부감이 없기 때문일 거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이 읽기로 한 편이라서 정반대에 있지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일 뿐이다. 그렇게 책을 읽고 글을 발행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친구가 생겼다. 그 속에서도 물론 개개인의 거리감은 다른 것 또한 사실이다. 별 시답지 않은 얘기까지 나누는 사람도 있고 진지하게 고민을 상담하는 사람도 있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하루하루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한 달에 수십 권을 책을 읽어도 채워지지 않는 것은 아마 글로 내보이는 작업이 적어서 일거다. 조금 더 괜찮은 글을 쓸려고 읽다 보면 어느 책 다른 이의 글을 빠져 버리고 만다. 게다가 원래도 좋아하는 지식 관련 책들을 읽으면 그 세상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책을 읽고 리뷰를 적고 나면 다시 책을 든다. 글을 써야 하는데 말이다. 

 

  아침에 두어 시간 저녁에 두어 시간 그렇게 4시간 정도의 시간을 만들 수 있다. 새벽 6시에 회사에 도착에 일본어 공부를 겸한 일본 원서 필사를 한 시간쯤 한다. 한 문단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종종 시간을 넘겨 글을 쓰기 애매한 시간만 남기도 한다. 그러면 또 어김없이 책을 든다. 글을 쓰다 멈추는 건 어렵지만 읽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퇴근 후에는 보통 책을 읽지만 최근엔 필사 이벤트에 참여하는 바람에 필사에도 시간을 뺏겨 버렸다.


  그런 바쁜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함께 지내던 이가 신춘문예 본선에 통과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서로 격려하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훨씬 먼저 준비했기에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그의 작품은 입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본선을 통과했다. 조금만 다듬으면 분명 투고도 가능할 것 같다. 벌써 계약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워낙 드러내지 않으니까.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이는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했다. 조심스레 작년에 계약한 출판 계약서를 보여준다. 지난 일 년 동안 부지런히 썼을 거다. 그럼에도 독서 활동이 허술해 보이지도 않았는데 참 부지런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난 14일에 도서가 출간되었다. 기쁜 마음에 예약 구매를 해두었고 받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그동안 쪽지로 나누었던 얘기들도 알 수 있던 것들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아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건 이런 기쁨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약간 위험한 상황에서는 혼자 긴장하기도 했다. (나야 말로 읽으며 소설 쓰고 있었던 거다)


  나도 올해 허블에서 주최하는 한국과학문학상에 도전할 생각이었다. 나야말로 SF 마니아라고 생각했는데 이 SF마니아는 과학 교양서적에 빠져서 스토리만 뽑다가 멈춰버렸다. 왜냐면 8월 브런치 공모전이 있기 때문이다. 그간 회사 이야기 쓴 건 응모해 두었는데, 탁구에 관련된 에세이도 하나 더 투고하려고 하는데 업무 폭탄을 정통으로 맞아 버리는 바람에 힘이 빠져버렸다. 다시 추슬러서 써야지. 

 

  전업 작가라는 게 축복받은 일이기도 하지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 것 같다. 사실 모든 게 일이 되면 쉽지 않으니까. 베스트셀러 작가나 인기 작가가 되려는 생각보다는 어쩌면 얼마 남지 않은 인생 1막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싶어서다. 안정적으로 2막을 열면 그림도 배워보고 싶고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싶다. 사실 글쓰기는 개인적으로는 노후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데뷔한 친구들이 부럽지만 나는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시 달랜다. 조금 더 멋들어지게 쓸 수 있게 계속 연습하다 보면 기회가 닿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학 창작을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다. 그저 작법서 몇 권과 장르를 불문한 많은 책을 읽었을 뿐이다. 쓰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고 싶지만 밥벌이는 가장에게 가장 큰 직무이기 때문에 지금에 만족하며 잘 쪼개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갓 출판해서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 부럽지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더 부지런히 읽는다. 브런치 작가 말고 출판 작가가 되길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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