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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Apr 29. 2024

잊힌 글감

뭔가 멋진 문장이었는데...

  여유로운 시간보다 바쁜 시간에 오히려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치열한 업무 뒤에 찾아온 여유는 이런저런 상상으로 채워진다. 아무래도 현실에서 빨리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머리에 스친 문장들을 기록해 두지 않기 때문에 다시 업무로 돌입하게 되면 어느새 산산이 부서져 사라진다.


  하루키는 산책을 하며 영감을 얻지만 굳이 기록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산책 중에는 정말 많은 영감이 떠오르지만 그것이 모두 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시작하더라도 어느 순간에 막혀 버리기도 한단다. 하지만 정말 강렬한 영감은 스스로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뇌리에 남게 되고 산책을 마치고 그것을 잡아 쓰면 된다고 했다. 글감은 자연스럽게 적자생존을 거쳐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하루 이틀이 지나면 기억나지 않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나 같은 초보 글쓰기꾼은 뭐든 많이 써야 하니 사리진 소재들이 아쉽다. 일단은 많이 써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한 문장이라도 생각났던 소재가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결국 질리도록 많이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늘 아쉽다. 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도 만들어 보고 저렇게도 만들어 보며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야 한다. 일단 쓰고 고치는 것 자체에 진심이 되고 만다.


  정말 정신없었던 3주가 지나간다 (지나고 있다). 월화수목금금금을 2주 연속하다 보니 눈은 늘 침침하고 없던 쌍꺼풀도 달고 산다. 어깨에 곰 두 마리 정도 올라앉은 기분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걸 배운다는 건 나쁜 기분은 아니다. 대신에 글을 읽고 쓰는 일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분명 나 없는 동안 대타가 진행할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 덕분에 아내에게 많이 미안하고 회사에겐 많이 불만스럽다.


  그 시간 속에도 정말 많은 글감이 생각나고 또 잊혔다. 몇 개는 핸드폰에 후다닥 남겨 뒀지만 그것마저 아리송하다. 이것은 글감이 될 수 없었던 것일까. 아직 무르 익지 못한 소재일 뿐일까? 그래도 쓰다 보면 는다. 중간에 관두더라도 말이다. 말도 안 되는 글도 써보고 생각대로 표현되지 않는 경험을 해봐야 내 글쓰기는 또 한 번 레벨업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작은 노트가 좋을까? 핸드폰이 좋을까? 혹자는 워치의 녹음 기능을 이용한다고도 하던데.. 나도 뭔가 수를 생각해 봐야겠다. 나는 하루키가 아니니까. 그리고 연습은 무진장 많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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