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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May 17. 2024

켄마에서 느껴지는 정대만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부처님 오신 날 개봉하는 하이큐 극장판 <쓰레기장의 결전>을 봤다. 하이큐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우선순위에 늘 밀려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김연경 선수의 후기를 보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역시 그냥 지나쳤을 것 같다.


  일전에 개봉한 슬램덩크가 송태섭의 스토리를 담았다면 이번 하이큐는 코즈메 켄마를 주인공으로 담았다. 갑자기 전학 온 친구의 넉살 좋음에 시작하게 된 배구였지만 어느새 꽤 많이 좋아하게 된 듯하다. 그러나 늘 감정의 기복 없이 자신의 역할만 해낸다.


  처음에는 의욕 없어 보이는 모습에 "쟤는 왜 저러지?"에서 "감독이 왜 기용하고 선수들과 함께 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큐를 처음보다는 나이기에 가능한 질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스토리를 풀어나감에 따라 알게 되었다. 그냥 더 잘하면, 더 좋아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자기 검열에 빠진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헤어지는 게 두려워 사랑하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이랄까.



  "게임 오버보다 게임 클리어가 더 슬퍼"


  좋아하는 게임을 클리어해버리는 건 정말 이별 같다. 재밌는 책을 아껴 읽는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켄마에게 배구는 그런 느낌이고 특히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히나타 소요를 박살 낸다는 것 또한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상대는 깨지면서 달려드는 전형적인 주인공의 모습이라 켄마는 그런 소요로부터 열정이 전염된다.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 힘. 그게 바로 열정인 듯하다.


  상대를 끊임없이 무력화시키지만 열정적인 상대는 맹렬하게 달려들고 쓰러지고 또 일어난다. 한계를 넘지 못한 사람이라도 한계 너머의 풍경을 보게 되면 또 각성하는 걸까. 맹렬하게 달려드는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이 그어 놓은 선을 넘는다. 무서워 터트리지 못한 뜨거운 것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 그것은 안 선생님 앞에 무릎을 꿇고 "농구가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정대만을 떠올리게 했다.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갈망. 선을 긋고 사는 나는 이런 장면에서 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캐릭터를 보면 감동을 받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나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영화를 보는 내내 두 캐릭터가 겹쳐서 눈물이 계속 흘러서 혼났다. 다들 그저 무덤덤하게 보고 나오는 모습에 살짝 민망하기도 했지만 가슴속에 뜨거운 것을 오랜만에 만나 좋았다.


  꽤나 철학적인 내용에 완벽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주는 '하이큐'라는 만화가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희만을 아닌 이런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좋은 것 같다. 만화는 때론 책 보다 더 철학적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에너지를 또 얻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정대만은 내 머릿속 가장 깊숙이 박혀 있는 캐릭터다. 많은 남자들이 슬램덩크 최애 캐릭터로 정대만을 꼽는다. 천재였다가 부상으로 양아치 생활도 했지만 결국 자신을 증명하는 모습이 주는 감동이랄까. 감독마저도 양아치 한 명을 그려려다가 서사를 만들어 줘 버린 캐릭터. 그가 오늘도 나를 위로한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뇌리를 스치는 말,


 난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그렇게 또 하루를 힘내 살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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