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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Apr 24. 2024

봄은 또 그렇게 지나가고

꽃놀이를 못해도 더 따뜻했던 봄날

봄이다.


정신없는 3월을 보내고 다시 4월. 언감생심 매화를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병동 생활도 지났다. 다시 출근하는 길에 벚꽃은 피고 지고 있었고 정상적으로 살고 있지만 나들이 가기에는 여전히 마음의 준비가 안된 듯하다. 오고 가며 산책을 하며 그렇게 마실을 다니며 봄을 즐긴다.


이제는 새벽에 출근을 하는 길도 어둠이 걷혀 주변이 잘 보인다. 가로등 불빛으로 보던 세상은 이제 햇빛의 도움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동작으로 준비하고 차에 올랐다.


그렇게 달리기를 40여분. 회사가 있는 단지 내로 진입한다. 교차로를 지나는데 뭔가 귀여운 것들이 다다다 하며 떼를 지으며 지나간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검은 숯댕이들이 같다고나 할까? 놀라기보다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시 본다 (요즘 피곤해서 그런지 눈이 침침하다).


공단 매점 앞에 서 있는 몇 그루의 벚꽃나무에서 떨어진 꽃잎들이 바람에 쓸려 양쪽 인도를 향해 뛰고 있었다. 여름에게서 도망가는 건지, 나 때문에 화들짝 놀란 건지 모를 일이지만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작가들은 저런 모습을 보며 상상력을 발휘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봤던 낙화가 이렇게 귀엽게 뛰어다니는 모습으로 보이다니 신기한 경험이다.


꽃들이 차이 치일까 괜히 조심조심 지난다. 제대로 봐주지도 못했던 봄이 그렇게 지나간다. 매달려 있을 때 제대로 봐주지 않았다며 시위하듯 내 앞을 달린 꽃잎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웃음이 난다.


그리고 업무에 찌들어 또 한 달을 보내니 어느새 푸른 잎들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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