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회사와 멀어지는 감정
2년 전부터 갑작스러운 변화가 가져온 문제는 적어도 나와 내 주위 사람들에게는 심각해 보였다. 적자가 나더라도 기술자는 자르지 않겠다던 창업자의 의지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잘려 나가는 가운데에는 베테랑들이 상당수 섞여 있었다. 후배들의 신임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회사는 적자에 가장 쉬운 길을 택했지만 직원들은 바로 반응했다. 자신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이탈을 시작하게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출장비 실비 전환부터 점점 조여 오는 금전적인 압박은 많은 사람들을 정 떨어지게 만들었다. 많은 친구들이 퇴사를 결정했다. 젊은 친구들은 조금 더 좋은 회사로 이직했고 베테랑 직원들 대부분은 프리랜서가 되었다. 회사에는 일할 사람이 없는 것도 모자라 프로젝트의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들도 사라져 갔다.
이런 작태를 계속 보고 있자니 유감스러웠다. 삼삼오오 모여서는 회사의 불합리 점에 대해 얘기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을 꺼내면 그것은 해서는 안될 말이 되어 있었다. 아무도 해결하지 않으면서 해결되기 바라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2월. 이런 기분을 짧은 글로 적어 볼까 했는데, 덜컥 아이가 아파 정신이 없었다. 아이는 여전히 입원하고 있지만 태풍의 눈처럼 긴장감을 풀 수 없는 고요함으로 있다. 그래도 고요하기에 책을 읽고 글을 써보려 한다. 에세이 같은 글은 따로 발행하고 있고 여긴 그냥 회사에 대한 생각을 간략하게 적을까 싶다.
푸념이라고 말해도 될까?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정신력을 치유하는 시간이랄까.
꽤 오랜 시간 반차와 연차를 섞어가며 아이 곁을 지키고 있다. 회사에서 조금 떨어져 있으니 각박했던 감정들이 사그라든 상태이긴 하다. 그리고 언제든지 아이 곁에 갈 수 있게 재택근무를 허락해 준 상사의 고마움에 예전 좋았던 회사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서로 날 세우는 회사가 아니라 서로 다정했던 그때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매거진을 시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