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신의 아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곰씨 오만가치 4시간전

첫 핸드폰

폭풍 문자는 사랑이야

  딸이 중학생이 되면 핸드폰을 바꿔주려고 했다. 원래를 아내가 쓰던 폰을 주려 했는데 이제 새 폰 가지고 싶을 나이라며 아내는 새 폰을 사주자고 한다. 그리고 넌지시 워치도 얘기한다. 엄마 아빠도 없는 워치까지 사줘야 하나 싶었지만 아내의 말을 들으니 또 마음이 바뀐다.


  졸업식을 마치고 바로 핸드폰을 구매하러 가려했는데 아들이 입원하는 바람에 기약이 없어졌다. 딸은 언제든 받으면 되지라는 듯 전혀 동요가 없다. 경장식을 잘 못 먹어 입원은 길어졌다. 아내는 퇴원 전에는 핸드폰을 하자고 했다. 나는 퇴원하는 날 하려고 했는데 아내는 더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아들이 입원 중이라 계속해서 반차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늘 오후에는 시간이 비어 있었다. 딸의 학원 시간과 아들의 회진 시간의 틈을 이용해 가까운 대리점으로 향했다. 아내는 요금제를 바꾸고 딸은 새 핸드폰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딸이 쓰던 핸드폰은 아들이 가지기로 했다. 작업이 많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듯했다.


  아들 회진 시간이 가까워 대리점 직원에게 나중에 다시 올 것이라고 전하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아내는 부리나케 병실로 갔는데 회진을 돌고 가셨나 보다. 다른 교수님께 여쭤보니 별 말 없었을 거라 하셨다. 그냥 격려 차원에서 도는 회진이라는 것이다. 아들에게는 잘하고 있다고 조금 더 열심히 해서 퇴원하자고 하셨다고 한다. 경장식이 입에 맞지 않았지만 의사 선생님과 목표를 잡고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하루 3포를 먹게 되었다.


  아내를 내려주고 딸과 다시 대리점으로 향했다. 원래 하려고 했던 모델이 품절이라 외부에서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용량을 한 단계만 올리면 매장에서 바로 해줄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속으로 이게 사실인지 상술인지 생각하려다가 관뒀다. 직원이 전산 처리 하는 동안 대리점에서 내어 준 간식을 먹으며 딸과 대화를 나눴다.


  직원은 딸과 하는 얘기가 웃기는지 시종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다가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인데 첫 핸드폰을 하러 왔다는 사실에 놀랬고 집에서 TV를 보질 않는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랬다. 딸과 나는 별거 아니라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병실에서 핸드폰을 받은 아들은 누나 핸드폰에 들어 있는 노래를 지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미리 주문해 둔 어몽어스 케이스도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누나가 쓰던 미밴드와 무선 이어폰까지 준다고 하니 '누나, 사랑해'를 외친다. 


  아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문자를 보냈다. 하루에 '사랑해'와 하트 수백 개를 보냈다. 아들과 조금 더 살가워진 느낌이지만 너무 많이 보낸다. 업무 시간에 답을 하기 쉽지 않을 정도다. 그래도 병원 안에 있는 도서관에서 책도 빌려 읽고 레고도 빌려 만들곤 했다. 어려서부터 핸드폰을 쓰질 않았기에 크게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았다. 컨트롤할 수 없는 물건은 내어주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적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