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곰씨 오만가치 Jul 10. 2024

정독하지 않는다.

깊게 읽을 책을 찾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독서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전공 서적이나 실용서만 읽고 있었다. 기술을 익혀 밥벌이를 해야 하는 숙명 같은 것은 공대를 나온 사람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인문학적 사색이 현장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인문학이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은 아니니까. 단지, 마음의 온도가 내려갈 때 데우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사실 지금도 기술이나 전공 서적을 보는 것이 사는데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 거기에 더해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 스피치, 리더십 하나 더 더한다면 글쓰기 능력 정도일까. 말이 좋아 팀장이지만 나는 아무 준비 없이 그 자리에 앉았었고 마치 신입사원처럼 헤맸었다. 그때 유독 자기 계발서와 리더십, 조직 관리 같은 책을 많이 읽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만 느꼈다.


  마흔을 넘기면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지금의 일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키우려면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하는 나이다. 생애 전환기라 많이들 아프지만 가장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험을 들기로 했다. 지금껏 열심히 해왔기에 몇 년은 더디게 가도 버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글 쓰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글을 쓰고 나누려면 일단 뭔가 많이 알아야 했다. 내가 아는 기술적인 것이 아닌 문학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출처 : ㅍㅍㅅㅅ


  나는 원래부터 처음 읽는 책은 정독하지 않는다. 거의 훑는 수준이다. 외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어떤 것이 들어 있는지 알아보는 과정이다. 이것은 사회에 나와 생긴 습관이기도 하다. 기술을 빠르게 익혀 사용하려면 내용을 빨리 파악하고 내게 필요한 부분을 뽑아서 써야 한다. 지금의 독서는 그런 경향이 있다. 인문, 철학, 과학 그리고 소설까지 모든 장르를 편향 없이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 그래서 여전히 인생 책이 없고 팬심을 채울 작가를 만나지 못했다.


  하고 싶은 얘기, 꽤 괜찮은 얘기를 찾다 보니 자연스레 두꺼운 책으로 쏠리게 된다. 모든 책을 소장할 수 없기 때문에 두꺼운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기발한 책을 만나면 행복하다. 천 권 정도 읽고 나면 일단 조금씩 아웃풋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밥벌이도 설렁설렁할 수 없어 시간이 늘 아쉽다.


  여전히 빠르게 책을 읽어낸다. 그리고 언제 어느 부분을 다시 읽어야 할지 확인한다. 다시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은 책은 나눔 한다. 그래도 같은 부류의 책이 겹쳐지다 보니 자연스레 깊이도 있어지고 조금 어려운 책도 읽히기 시작한다. 가끔은 글을 쓰기 위해 제대로 읽기도 하고 필사를 통해 느리게도 읽어 본다.


  나는 좋은 책을 스스로 고르기로 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이런 방법이 나에게 맞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오늘도 빠르게 읽어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100원의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