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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돌이표 같은 인생

급해지면 안 되는데, 급하다

by 느곰씨 오만가치

불과 몇 년 전이었던 거 같은데, 그때도 그랬다.


회사생활이 너무 짜증이 났다. 뭐든 적어도 예상 가능할 정도의 범위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정말 룰이라곤 없는 엉망진창 같았다. 인생 2막을 위해 무리해 가며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과 같다. 조금만 더 하면 뭔가 될 거 같은데, 또 그렇지 않은 현실이라 조바심이 난다. 조바심이 나면 쉽게 지친다. 다른 것들이 눈에 차지 않는다. 시야는 점점 좁아진다.


줄넘기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한때는 실내 자전거를 탔고 지금은 탁구를 친다. 퇴근 후 늘 줄넘기를 했다. 일주일에 네 번 정도 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회사에서 너무 지쳐 돌아오는 날에는 줄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하려 했다. 끊어진 다짐을 다시 이러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다들 One Thing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B플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B플랜이 있으면 또 전력투구할 수 없다고도 한다. 그러고 보면 나는 정말 많은 일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고 에너지가 없는 날에는 마음의 동요도 심하다. 그리고 늘 초조해진다. 하지만 알고는 있다. 당장 느려 보여도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다 해내게 된다는 것을.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날이 온다는 것을. 그래도 지금 당장은 너무 초조하다.


줄넘기도 한 번에 100개를 하고 쉬나 10개를 하고 쉬나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횟수만큼 하게 된다. 마음을 고쳐 먹는 게 중요하다. 끝까지 하려는 마음이 중요하다. 그리고 결과에 도달하는 시간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뻔뻔한 자기 합리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급함을 느끼며 책을 읽고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다. 최근에는 조급함을 느끼며 릴스와 쇼츠를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글까지 쓰게 시작했다. 무언가를 빨리 잘하고 싶은 생각은 오늘도 나를 몰아치고 있다. 그 사이 놓치는 게 분명 있을 텐데. 그 아쉬움도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한다.


나는 충분히 잘 해내고 있을 거다. 초조해서 시야가 많이 좁아져 있을 뿐일 거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고 나는 지치지 않으려고만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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