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여러 번 읽을 책을 찾고 있을 뿐이다.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의 나는 늘 전공 서적이나 실용서만 읽고 살았었다. 그야 그럴 것이 밥벌이 득이 되지 않는 것들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건 취미 생활이고 휴식과 같은 거 정도가 나의 인식이었다. 기술을 익혀 밥벌이를 해야 하는 엔지니어에게는 숙명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인문학적 사색이 사치 같아 보였다. 그래서 가끔씩 취미처럼만 읽었다.
아직도 생활 전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는 문학보다는 기술이나 전공 서적이 더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 밥 벌이 하기엔 더 도움이 될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더 잘 살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전공을 떠나 생각해 보면 설득, 스피치, 리더십 같은 것일까. 글쓰기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늘 자기 계발서와 리더십, 조직 관리 같은 책만 읽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만을 느낄 뿐이었다.
마흔이면 은퇴할 거라는 개인적인 포부가 있었다. 하지만 바쁜 업무와 삶을 살다 보니 마흔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기엔 많은 돈이 필요하다. 마흔, 생애 전환기이지만 가장 열심히 일해야 하는 나이다. 아픈 줄도 모르고 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리에 멍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지금껏 열심히 살았으니까 몇 해 좀 더디게 가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글쓰기. 그것을 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은 늘 있었다. 돈벌이가 쉽지 않은 것도 잘 알고 있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많이 벌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다. 글을 쓰려면 아는 게 많아야 했다. 지금껏 내가 공부하던 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되려 문학적 지식이 필요했다.
그렇게 무작정 책 읽기를 시작했다.
전공서적도 그렇지만 나는 책을 정독하지 않는 편이다. 쭉 훑어보며 어떤 내용이 있는지 캐치만 해둔다. 외우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다시 찾아보면 되니까. 내용을 빨리 읽고 파악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내야 한다. 지금까지의 독서는 그런 경향이 짙었다. 인문, 철학, 과학 그리고 소설까지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의 나는 늘 전공 서적이나 실용서만 읽고 살았었다. 그야 그럴 것이 밥벌이 득이 되지 않는 것들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건 취미 생활이고 휴식과 같은 거 정도가 나의 인식이었다. 기술을 익혀 밥벌이를 해야 하는 엔지니어에게는 숙명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인문학적 사색이 사치 같아 보였다. 그래서 가끔씩 취미처럼만 읽었다.
이런 습성은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장르에 대한 편독도 없었고 팬심을 채울 작가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얘기, 꽤 괜찮은 얘기를 찾다 보면 자연스레 두꺼운 책으로 쏠리게 된다. 모든 책을 소장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담고 있는 두꺼운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점도 있다. 그러는 사이 기발한 책을 만나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천권 정도 읽을 생각이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한동안 책을 못 읽었다. 밥벌이가 너무 바빴기 때문이다. 시간은 늘 아쉽다. 체력적으로 무리를 하게 되면 생각하는 것도 힘든 시간들이 있다. 하지만 오늘도 다시 책을 읽는다. 그리고 아니다 싶은 책은 더 빠르게 책장을 넘긴다. 다시 읽을 필요가 없을 것 같으면 나눔을 한다.
같은 책을 계속 읽으면 점점 어려운 책도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좋은 책들을 만난다. 천천히 깊게 대화해야 좋은 책을 만날 수 있기도 하지만 많은 책을 만나보면 첫인상만으로도 대충 느낌이 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빠르게 읽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