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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Jun 05. 2024

칭찬한다는 것

받는 만큼 기분 좋은 일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 비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상대방의 옷매무새를 멋스럽다며 한 마디를 던진다. 곁눈으로 살펴봐도 그렇게까지 잘 입은 옷은 아닌 것 같은데 연신 칭찬을 하신다. 주위 반응도 나랑 비슷하다. 어리둥절해하거나 무심하다.


  나는 꽤나 내정적인 사람이라서 사람 많은 곳에서 소리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튀는 행동은 상상도 못 할 정도랄까. 우선 그만큼의 사람들 사이에서 입을 열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칭찬이었다는 게 좋은 일이었다.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적막이 깨졌지만 그 사실만으로 눈살 찌푸릴 일도 아니며 상대의 취향을 평가할 입장도 아니다. 그야말로 취향이니까.


  아내는 요가 수업에 어르신이 오셨는데 "어쩜 그렇게 잘해요~", "몸매가 너무 좋네"라며 칭찬하셨다고 한다. 살다 보니 별소리 다 듣는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아내는 기분이 좋은지 어르신 얘기를 계속했다. 기분 좋은 말의 힘이란 대단한 것 같다.


  남들에게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물론 시도 때도 없이 하면 안 되겠지만 그래도 마음에 묻어두는 것보다 일단 전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좋은 말이라면 더욱 좋지 않을까. 


  '저게 칭찬받을만한 일인가'라고 삐딱하게 보질 않아야겠다. 그런 자신의 의견을 좋은 말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그리고 그런 일들이 흔히 일어나게 된다면 그게 정말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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