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치면 자주 듣는 말
탁구를 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물론 구기 종목이라면 대부분 듣는 말일 지도 모른다. '기다려요', '잡아서 쳐야 돼요', '힘 빼시고', '치고 바로 준비하세요', '공을 보세요', '자세를 낮추세요' 뭐 이런 말들이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구기종목에서 힘을 뺄 수 있다면 이미 고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에 대한 얘기를 제외하면 살아가는 데도 꽤 도움이 되는 말들이 많이 있다. 탁구는 혼자서 노력하는 고독한 싸움을 하기도 하고 상대와 리듬을 맞춰야 하는 공감의 능력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고 가장 많이 인용하는 말은
하수는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가르치려 들고,
중수는 물어봐야 가르쳐 준다.
하지만 고수는 돈을 줘야 가르쳐 준다.
여러 의미가 담긴 말이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의견을 나누는 것이 즐겁다. 그래서 자신과 비슷하거나 조금만 못 친다는 생각이 들면 달려들어 가르치려 든다. 자신이 알게 된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달하고 싶어 한다. 동병상련의 마음일까 거들먹대고 싶은 마음일까.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하수 시절에 알게 된 대부분의 것들은 잘못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상대가 가르쳐 달라고 하면 대답은 해주는 편이어서 중수 정도 된다고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질문을 받으면 가장 먼저 묻는다.
"레슨 받으세요?"
레슨을 받으면 코치님이 말씀한 것을 잘 기억하고 연습하라고 한다. 가르치는 방법이나 표현하는 방법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내가 한 말이 코치가 한 말과 같지 않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고 혼란만 생기기 때문이다. 좋은 코치에게 배우는 사람들은 코치를 전적으로 믿고 배울 필요가 있다. 코치가 이렇게 이렇게 하라고 했어요라고 말하면 이해하지 못했을 법한 곳을 풀어 설명해 주는 것으로 족하다.
상대가 실수할 기회를 줘라
내가 미스해도 1점, 못 막아도 1점이라면 기회를 한 번 더 만들어라.
상대보다 공을 한 번 더 넘기면 이긴다.
공을 그냥 넘기지 마라
가는 공이 고와야 오는 공이 곱다.
탁구는 하나의 공을 주고받는 운동이다. 둘이 주고받을 수 있는 공의 파워를 100이라고 할 때, 상대가 강하게 치면 내가 약하게 받고 상대가 약하게 치면 내가 강하게 넘겨야 한다. 그것의 랠리의 조화로움이다. 그 조화를 깨는 쪽이 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의 강한 공에 내가 무리할 필요는 없다. 내가 파워를 줄여야 할 때는 줄여 받아야 한다. 먼저 선제를 하고 공격을 하는 쪽이 플레이를 주도할 수 있지만 주도권이 넘어갔다면 상대가 실수하거나 주도권을 놓칠 때까지 버텨야 한다. 적어도 내가 미스할 확률이 높은 상황이라면 그 공을 상대에게 넘겨주는데 집중하자는 말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해야 한다.
"공의 로그가 보일 때까지 쳐다 보라"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그 정도로 동체 시력이 좋은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하다. 느린 공은 보이기도 하지만 빠른 공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닥치고 포핸드"는 펜홀더에서 자주 쓰는 말이었다. 포핸드의 강력함과 안정성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그만큼 발이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을 아끼지 마라"라는 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공이라면 적극적으로 치라는 말이다. 상대의 미스를 노리는 것은 그저 놓아주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실수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냥 보내는 공은 없어야 한다. 상대를 최대한 괴롭게 만들어야 한다.
"지키는 곳 10보다 안 지키는 곳 1을 쳐라"는 말은 상대가 지키는 길목에 세게 치는 것보다 지키지 못하는 곳으로 살짝 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여유와 안목이 있어야 가능하다. 고수가 되는 길에 들어선 것이다. "공이 빠른 투수보다 컨트롤 좋은 투수가 이긴다"라는 말과 통하는 면이 있다.
하루 연습 안 하면 내가 알고
이틀 연습 안 하면 상대가 알고
사흘 연습 안 하면 지나가는 개도 안다
음악 쪽 명언이지만 탁구에도 유효하다. 탁구는 평행봉 다음으로 어렵다는 조사 결과를 가진 스포츠다. 감각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음악과도 닿아 있다. 어느 스포츠든 연습을 게을리하면 실력이 좋아지지 않지만 주말만 쉬어도 감을 잡는 시간이 필요한 게 탁구다.
"피 같은 1점"이라는 말은 경기 집중력을 높이는 말이고 "상대가 주눅 들 만큼 독하게 쳐라"라는 말은 멘털 관리와 같다.
마지막으로 "탁구가 빨리 늘고 싶으면 그냥 다른 운동을 알아봐라"라는 말이 있다. 탁구는 10년을 쳐도 그다지 좋아지지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그만큼 실력이 잘 늘지 않는 운동이라는 뜻이다. "10대의 1년은 40대의 10년과 같다"라는 말처럼 어릴 때부터 배우면 더 좋기는 하다.
탁구에서 인생을 배운다. 재밌는 말과 함께 재미난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