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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 비우기

경량화 작업

by 느곰씨 오만가치

중펜의 고민은 늘 무게에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난 그다지 고민하지 않게 됐다). 그래서 가벼운 무게의 라켓이 보이면 일단 사고 보는 버릇이 생겼다. 무거운 게 좋지만 좋은 것보다 다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경량화하는 방법에는 여러 개가 있지만 역시 처음부터 가벼운 블레이드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태생부터 무거운 아이들도 있다. 판의 두께라든지 특수소재의 종류 때문에 그렇다.


오스카는 아릴레이트 카본을 이너에 배치하고 있다. 표층은 히노키로 되어 있고 특성은 히노키 + 카본 블레이드의 기본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원래는 헤드 프린팅이 오스카 상 트로피였는데 저작권 문제로 헤드 프린팅을 바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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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는 편한 대신 정직하다. 말 그대로 구질구질한 드라이브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습할 때에는 장점인데 막상 게임에 들어가면 상대가 너무 쉽게 블록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오스카를 쓰는 것은 어려운 공에 대해서도 조금은 여유를 더 가져 볼까라는 생각에서다 (과거).


오스카를 사용하던 시절에 리뷰들을 살펴보다가 '젠틀핑퐁'님의 블로그에서 오스카 그립이 비어져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립을 비우면 2g 정도의 경량화가 가능했다. 충분히 가벼운 오스카였지만 경량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시절이었고, 그립을 비우면 라켓 특성도 조금 바뀌기 때문에 궁금하기도 했다.


바로 작업을 하려는 등뒤로 문이 열리더니 아내가 "지금 뭐 해?"라고 물어본다. 또 저런다는 눈빛을 남기고 방문은 닫혔다. 작업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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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그립 쪽에 쏘아주면 열기에 본드가 녹아 그립이 분리된다. 원래 생산될 때의 접착제는 열에 약한 것 같다 (하지만 개조 후 사용하는 접착제는 목공본드라서 다시 떼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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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g의 오스카는 헤드가 66g이고 그립이 14g이었다 (사실 83g 오스카였는데..).


아내의 취미 중에는 목공예도 있어서 집에 도구가 많아서 다행이다. 특히 구멍을 뚫는 도구가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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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릴에 물려 돌리면 동그랗게 파지는데 여러 군데를 파내어 커터 칼로 다음어 주면 그립을 비울 수 있다. 너무 많이 파내면 부착할 때 접착제를 바를 곳이 적어도 불안정해질 수 있으니 적당히(?) 파내야 한다.


다시 그립을 접착제로 붙이면 경량화 작업이 끝난다. 예상대로 2g 정도 줄었다. 글루 무게가 3g정도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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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화 작업을 거친 오스카는 감각이나 성능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립이 비워져서 울림이 심해질 것 같았는데 그런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여전히 편하게 걸리고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블레이드다.


근데, 이렇게 개조를 해대서야 중고 판매도 어렵다. 그냥 평생 중펜으로 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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