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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곰씨 오만가치 May 31. 2023

어디에서 글을 쓸까

기회의 다양성

우리 대부분은 학업으로서의 글쓰기를 했기 때문에 정리와 요약의 글쓰기가 가장 쉽다. 그리고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를 가장 어려워한다. 내 얘기가 사라지지 않은 문자로 남겨져 언젠가 화살이 되어 돌아올까 두렵다. 보여주기 위한 일기 쓰기는 그래서 무던하고 때론 지겨운 얘기들로 채워지곤 했다. 정리와 요약의 기술을 조금 활용하면 철학이나 인문학적 글쓰기가 가능하다. 물론 내 생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을 펼쳐 놓는 일이 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면 어느새 나의 생각이 한 줄씩 들어가게 된다.


본격적으로 글을 쓸려고 하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하는 건 너저분하고 재미없는 나의 글이다. 글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글쓰기는 이제 갓 걸음을 뗀 어린아이와 같다. 그에 비해 글을 쓰기로 작정한 사람의 읽기 수준은 매우 높다. 읽기와 쓰기의 간극에서 오는 '내 글 구려'는 글을 쓰기 위해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것이 마음이 편하다.


재미난 이야기가 마구 떠오르지만 사실 그 생각은 누군가는 한 번쯤 해봤을 생각이다. 얼마나 맛깔나게 글자로 옮기느냐의 문제만 남은 것이다. 그것은 소설일 수도 있고 에세이일수도 있다. 아니면 다른 이들의 통찰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글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다음에는 어디에 글을 적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작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노트 혹은 컴퓨터 속에 자신의 글을 남긴다. 그리고 완성이 되면 투고를 하는 식이다. 각종 공모전은 작가로 등단하는 길이었고 수상이라도 하면 일정 수준의 판매를 예상할 수도 있게 된다. 가장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나오지 않은 글을 출판사는 가지고 싶어 할 테니까.

출판사 투고에 대해서 알아보니 주의해야 할 점은 두 가지 정도였다. 자신의 글이 투고할 정도의 수준인지 확인하는 것과 자신이 작성한 글과 출판사가 출판하는 스타일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 외에 추가로 필요한 것은 정성스러운 투고 메일 정도였다. 출판사도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인력난이 있으며 일주일에 세네 편 쏟아지는 원고를 모두 읽어내는 건 힘든 일이며 이마저도 막내가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중요한 건 제목과 시놉시스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글이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최근 작가 등용문이 된 여기 '브런치'다. 브런치는 매년 브런치북 공모전을 연다. 글을 쓰는 일반인들의 날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출판사는 매력으로 본다. 그래서 나도 브런치에 입성했다. 브런치를 쭉 둘러보면 에세이가 압도적으로 강하다. 그래서 나도 '브런치 =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브런치에는 에세이를 주력으로 하고 좋은 책, 좋은 문장을 소개하는 정도의 글만 쓸 생각이다.

브런치에서는 유독 '이혼'에 관한 글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다고 느껴질 정도다. 조금 더 시각을 넓히면 '홀로서기를 하는 여성'에 대한 글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만큼 브런치는 여성의 비중이 높은 것 같고 그런 글에 대한 공감도도 높은 듯하다. 그러면 브런치는 여성향 플랫폼일까? 그건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책을 읽는 쪽도 글을 쓰는 쪽도 여성이 더 많기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그다음에 찾은 플랫폼은 교보문고에서 야심 차게 내어놓은 '창작의 날씨'다. 웹소설만큼 방대한 글을 적어내지 않아도 되며 소위 장르 소설에서는 비주류이지만 문학에서는 마니아가 가득한 미스터리, SF와 같은 글이 투고되는 플랫폼이다. 교보문고는 이를 '웹문학'으로 칭하고 문학과 웹소설 중간 쯔음으로 설정했다. 가볍게 투고하기 좋은 점이 있지만 '오리지날씨'를 제외하곤 수익 창출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운 조회수로 나타나는 듯하다. 굉장히 높은 상금이 걸리는 '창작의 날씨'의 공모전이지만 공모가 끝나면 축제가 끝난 듯 또다시 고요해져 버리는 듯하다. 댓글로 용기를 얻는 작가들에게 '창작의 날씨'는 아직 쉬운 플랫폼은 아닐 듯하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가장 핫해지고 있는 '웹소설'이다. 웹소설은 장르소설이라고도 한다. 이는 장르마다 공식처럼 따라붙는 클리셰가 명확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남성은 이미지를 좋아하기 때문에 웹소설 시장 역시 여성향 작품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 같다. 특히 꾸금(19금)은 남성이 웹툰에 쏠리는 것이 더욱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 같다.

웹소설을 조사해 보니 크게 로맨스 판타지(로판), 현대 판타지(현판), 정통 판타지, 무협, 보이러브(BL) 그리고 꾸금(19금)이 눈에 띈다. 그리고 플랫폼마다 그 성향이 확연하다. 물론 최종 도착지는 네이버나 카카오페이지가 될 것이지만 대형 플랫폼에서 신형 작가가 픽될 가능성은 어렵고 카카오페이지(카카페)의 경우에는 에이전시가 붙지 않으면 아예 연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래된 플랫폼에서 인지도를 쌓아서 도전하는 것이 공식인 듯하다.

남성향 웹소설의 근거지는 '문피아', 여성향 웹소설의 근거지는 '노벨피아(구 조아라)'다. 메인 페이지에 들어서면 바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 남성향스러움과 여성향스러움으로 무장해야 하기 때문에 작가의 필명을 보고 거르는 일도 허다하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의 그 미묘한 표현을 서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크로스오버해서 작업하는 작가들도 많이 있다.

웹소설은 첫째도 둘째도 재미여서 서사를 쌓아가는 시간을 주질 않는다. 그렇기에 SF와 미스터리가 살아남기 어렵다. 5500자로 이뤄진 한편 한편이 재밌어야 한다. 한 권을 파는 문학과 다르기 때문에 거대한 서사는 웹소설에선 오히려 독에 가깝다. 물론 필력으로 넘어서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쉽지 않은 길이다. 직접적이며 빠른 전개, 대리 만족등을 기반으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야 한다. 문장 또한 길지 않고 명료하게 써야 한다. 처음 웹소설을 접하는 문학 마니아들은 가끔 난독증에 걸린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사실 글을 쓰기 가장 좋은 곳은 인스타그램이다. 이유는 댓글이다. 친절하고 호의적인 댓글들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글쓰기를 습관화하고 필력을 늘리기 위한 장소로 나는 인스타그램을 추천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 소설 연재해서 출간하는 작가도 몇몇 보았다. 따스한 관심 속에서 글쓰기에 좋은 플랫폼이다.


나는 블로그에서 글을 막 쓰는 편이고 브런치에서 에세이를 쓴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책 리뷰를 하고 가끔씩 일상을 공유한다. (물론 브런치 글을 몇 개 퍼가기도 한다.) 소설은 조금씩 끄적대고 있는데 공모전에 투고해야 할지 장르를 변경해서 웹소설에 도전해야 할지 사실 고민이 된다. 장르 변경은 추후에도 가능할 것 같아서 우선 한편을 마무리해보자는 기분으로 적고 있다.


자신에게 맞는 플랫폼, 출판사를 찾는 건 좋은 글을 쓰는 것만큼은 아니라도 중요한 일인 듯하다. 아직은 팔리는 글을 쓰기엔 내공이 부족하지만 두드려볼 문을 찾아 놓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 조금씩 찾아보고 있다. 모든 걸 잘할 수 없지만 모든 것에 도전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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