였으면 좋겠다.
지금도 제법 생생하게 기억나는 소소한 사건이 하나 있다. 내가 18살 때의 일이다.
봉사활동 동아리에서 열심히 봉사를 했다.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봉사는 보통 노동력을 제공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보육원을 손수 짓고 계시는 곳에 가서 함께 벽돌 나르기 같은.
우리는 학생이어서 보통은 양로원에 갔었다. 양로원에서도 청소를 하고, 주방에서 심부름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말벗이 되어드리고, 간식을 나눠드렸다. 2년 반동안 뭐에 홀린 듯 봉사만 하고 다녔다. 성격이 착한 건 아니다. 나름의 집안 사정이랄까? 뭐 어쨌든.
그 동아리는 그 지역의 어른들의 봉사활동 모임과 연계되 있었는데, 열심히 봉사하는 우리들의 소식이 전해졌는지 어른들의 체육 대회에도 참여해 보라고 하셨다. 어른들의 체육대회를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경품 추첨이 있었다. 나는 평소에 운이 없었다. 그래서 추첨 같은 건 쳐다보지도 않았다.(18살인데도...)
동아리 회장님이 '너 번호 불렀어~ 나가봐~'라는 말에 또 기쁘다는 듯이 달려 나갔는데......
사실은 장난이었다. 그런데 달려 나가는 와중에 내 번호가 불려졌다. 오잉?
샴푸 세트를 받아 들고 들어오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거의 마흔이 다 된 이 나이에도 나는 저 샴푸세트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품도 당첨되지 못했다.
언럭키 한 삶에서 노력이라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지만 럭키한 삶도 살아보고 싶긴 하다.
새벽에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열고 기사를 탐독했다.
오늘 제일 먼저 보인 기사는 '로또가 희망인 서민들'이다.
복권으로 인생역전을 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었다. 대출금을 얼른 갚고 싶어서, 병원비에 보태고 싶어서, 노후가 너무나 걱정되어서 복권을 산다는 사람들.
나도 연말을 맞아 복권을 사보려고 했다. 당첨운이야 어쨌건 돈에 대한 생각과 쓸모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정말 당첨이라도 된다면? (와우~ 너무 좋겠다.)
숨통이 조금은 트일까?
어쨌든 즐거운 상상으로 하루를 시작해 보았다.
(복권은 사실 상상비용이 아닌가 싶다.)
**이은경 작가님의 '오후의 글쓰기'에 있는 글쓰기 과제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