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자신 있게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지금으로서는 단연 밥 짓기(?)이다.
결혼하고 지난 9년간 매일 꾸준히, 하루도 빠짐없이 해온 것 중 하나이다.
새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새로 지은 밥.
이 맛을 따라갈 음식이 없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결혼 전만 해도 밥을 해 놓고 며칠을 먹었다. 밥 하는 것이 귀찮아서, 한 번에 많이 해서 한 끼 분량으로 소분하여 냉동실에 얼려서 전자레인지에 대워먹기도 하였다. 그렇게 열흘 치 분량으로 밥 덩어리들을 만들어 놓으면 한 달에 세 번만 밥을 하면 됐었다.
이렇게 하면 한 달에 세 번만 귀찮으면 됐고, 나는 햇반에 버금가는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밥 하는 것을 귀찮아했었다.
'밥'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고등학생 때였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급식소가 없었다. 도시락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었는데, 그 도시락은 밥마저 말라비틀어져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3년 내내 엄마의 도시락을 먹었다. (정말 감사하다.)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싹싹 비워가며 먹었지만 차가운 밥이라는 핑계를 대며 컵라면까지 먹어가며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학원을 다니던 친구가 자기 집에 가자는 것이다.
나는 도시락을 들고 친구 집으로 따라갔다.
친구 어머니는 엄청 반가워해주시며 저녁밥을 차려주셨다.
반찬은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따끈따끈하고 새하얀 밥을 한 입 먹는 순간 드라마 주인공처럼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친구에게 그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얼른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었었다.
도대체 왜 눈물이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내가 먹어본 밥 중 세계 최고였다. 엄청 뜨끈하고 맛있는. 사랑이 담긴 밥이었다.
지금도 그 밥을 흉내라도 내보고 싶은데 근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밥이었을까?)
우리 엄마가 싸준 도시락도 분명 사랑은 담겼을 텐데,
그 사랑에 부담이라는 반찬은 덤이었지...... 라며 추억한다.
지금은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라는 역할에 쏟아붓고 살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뜨거운 밥은 싫어~'라며 불평을 하지만 나는 매일 밥을 한다.
친구 엄마의 뜨끈한 밥을 생각하며 나도 그런 밥을 짓고 싶다고 생각한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이은경 작가님의 '오후의 글쓰기'에 있는 글쓰기 과제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