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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지기 Jan 30. 2024

완벽한 주부로 산다는 것

주부로 산다는 게 이런 불안한 매일을 의미하는 것일 줄이야.  

아무 생각없이 그 현실속에 산다면 그 삶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현실을 받아들여~'


이제 우리 집 첫째는 예비초2이다. 9살.

불임일까 걱정됐던 나와 남편은 결혼을 준비하며 임신도 준비했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 그냥 한번에...


임신만 걱정을 할게 아니라 그 이후를 알았어야 했는데

우리는 너무 무지했다.

입덧은 임산부를 환자로 만들었다. 

입덧을 겪었던 여자들도 입덧은 입덧일 뿐이라며 공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입덧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나는 바로 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신혼이기에,

남편은 일을 하기에,

입덧은 별거 아니기에,

나는 출산후 1년뒤를 바라보며 공부를 하고, 병원을 가고, 남편의 내조를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셋이 되었고,

남편과 나는 피곤으로 인해 대화가 사라지고,

어느날 눈을 떠 보니 나는 집사가 되어있었다. 완벽한 주부였다.



완벽한 주부란 뭘까?

나는 서포터 & 관리자라고 생각했나보다. 

남편과 자녀를 바르게 서포트하고 집을 관리했다. 

관리자와 서포터의 역할이 쉽지만은 않다.


첫번째로 관리자는 집 청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사, 정리, 세금문제. 생계문제.

세무사, 법무사를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집을 지켜내고 정리하고.

집안의 모든 대소사와 행정적인 업무들.

결혼전 생각했던 주부와는 엄청난 차이에 매번 벽에 부딪쳤었다.

(아, 이게 어른들의 일이구나를 배워간다.)

그래서 9년째 가계부를 기록하고 있다. 기록은 불안을 누그러뜨린다.



두번째로 서포터는 자신이 우선 건강해야 한다. 

신체 건강과 마음 건강까지 모두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서포터로서의 한 발짝을 내 딪은 것이라 말하고 싶다. (내 입장에서는) 어린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 아이의 활동량을 따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지켜봐줄 수도 있겠지만, 나도 내 아이들의 삶에 들어가고 싶었다. 이런식으로 깊은 라포가 형성되어야 그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라포가 형성이 잘 되어야 훈육이 먹힌다. 

(감정을 빼내고=화를 참고 / 행동 교정만을 위한 훈육을 하기 위해 나는 참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아직도 어렵다.)

  신체가 건강해야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것을 처절히 느낀다. 

서포터는 가족 구성원의 마음도 서포트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잘 배운 가족 구성원이 나도 서포트할 것이라 기대한다. 서로서로에게 서포터?!!!)


주부는 관리자와 서포터이다. 


이렇게 보면 문뜩 손웅정 작가님의 『모든 곳은 기본에서 시작한다.』가 떠오른다. 손웅정 작가님은 축구를 이야기 하였지만, 기본이라는 것이 제일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기 좋은 것이 아닌가.


주부도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뿌리가 바로 서야 나무를 지탱할 수 있다. 

가정이 바로 서야 한다. 



주부가 된 나는 이 역할을 부, 모가 같이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함께 뿌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을 버는 경제적인 역할을 자처한 남편은 가정의 모든 역할을 나에게 위임했다. 이런 일로 나는 남편과 티격태격한다. 


  모든 집이 그렇겠지만,

우리집은 특히 남편과, 나 둘 중 한 사람만 무너져도 큰일나는 집이다.

무너진다면 회복하기까지 굉장히 오래걸릴 것이다. 남편이 무너진다면 집안의 경제력이. 내가 무너진다면 관리자와 서포터가 사라진다.


작년에는 남편이 갑자기 아팠다.

돈을 버는 대신 몸이 힘들어했다. 나는 당장 그만두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했다. (8년 경단녀는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그래도 경단녀도 일 할 수 있다. 그동안 열심히 모은 돈과 실행력으로 바로 하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남편도 조금은 괜찮아졌다. 

남편은 아이들을 생각하자며 (애들을 봐 줄 사람이 없다.) 몇 년 더 이렇게 살기로 했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긴 하지만 어쨋든 크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남편과 상의끝에 창업을 하기로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편은 나보고 특이하고 이상하다고 했다. 

힘들긴 하지만 꼬박꼬박 월급을 잘 줄 수 있는 회사를 관두라니......





주부인 나는 우리의 노후를 생각한다. 

지금은 비록 피로에 휩싸여 싸우며 살지만, 노후엔 함께 밥 세끼먹으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취미는 달리하고......)


*프로젝트 부부인 우리는 

요즘 시대의 부부들과 달리 예전 집안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남녀의 역할이 선 그어진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그런 모습들이 맞고 그 모습들이 행복해보이지만,

사람의 모습은 다양한 것이라고. 맡은 역할에 충실하자고.

답습하고 있다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엔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프로젝트 부부: 주말 부부를 넘어선. 회사 프로젝트에 따라 함께하는 빈도가 달라지는 부부 




(이렇게 쓰다보니. 주부도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주부 정도의 일로 징징대는 글을 써댄 것 같다. 

그런데 그거 아는가?

주부로 살았던 우리들의 엄마들은. 마음의 병이 많다.


세상 모든 부, 모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어쨋든 모두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이은경 작가님의 '오후의 글쓰기' 도서에 있는 글쓰기 과제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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