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심쟁이의 면모가 보이게 써야 한다.)
바쁘신가? 10분 뒤에 만나기로 했는데, 챗방이 감감무소식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기다려본다.
남은 시간 5분.
초초해온다.
'미리 나오지 말걸. 나도 딱 맞춰 나올걸.'
2분
두리번두리번거리는 사람에게
"저... 걸음마 보행기....."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
우리는 바쁜 듯 거래를 마치고 돌아선다.
당근이라는 중고거래앱이 있기 전에는 맘카페에서 중고거래를 했었다.
아이들은 훌쩍 자라 버리기에,
미처 입히지 못한 옷, 쓰지 못한 기저귀등 아기 용품을 거래했다.
첫째를 키우면서는 이게 엄청 재미있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있기 전까지는.....
맘카페에 싸고 좋은 물건을 사들여 더 비싼 중고로 되파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의 크는 시기를 잘못 계산하고 기저귀를 미리 사버린 나는 기저귀 두 팩이 남은 적이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중고로 내어 놓았고, 금방 거래를 마쳤다.
며칠뒤,
내가 중고거래하기 위해 찍었던 그 사진 그대로 올리고 중고거래를 완료한 글을 보았다.
더 비싼 가겪으로 말이다.
좋은 마음으로 중고거래를 하던 나는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그 이후로 너무 싸게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이건 애교다.
셋째를 낳고는 운동이 너무 하고 싶은데 외출이 어려웠다.
몸은 아프고 셋은 벅차고.
마음이 운동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을 때
중고사이트에 깔끔한 러닝머신이 조금 싸게 올라왔다.
잘 쓰다가 옷걸이로 쓰인다며 얼른 팔고 싶다는 사연과 함께 왜 싸게 파는지까지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거래를 시작했다.
우리의 거리는 40분 정도 되지만 택배거래를 해준다고 했다.
(여기서 조금 의심)
하지만 애들이 자꾸 불러대는 통에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그냥 입금을 해버렸다.
사기였다.
그리고 알아차린 순간 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서에서는 직접 와서 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날은 우리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린 격리 1일 차였다.
(이후로 순차적으로 코로나에 걸려 한 달을 격리 상태로 있었다.)
분해서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이후 중고 거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몇 년이 흘러 지금은,
중고거래는 직거래만 한다. 몇 년이 흘렀어도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처 입었던 마음에 새로운 소심함이 찾아왔다.
어제는 우리 둘째가 입던 한복을 중고거래 하였다.
깨끗하게 세탁했지만 치마 앞섬에 누런 자국이 있었다. 사진 상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거래를 하였다. 구매자분은 고맙다며 다른 생필품을 덤으로 껴주셨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집에 와서
'중고 한복이지만, 나한테만 작게 보였던 자국이면 어쩌지?'
'3호 한복인데 너무 크거나 작으려나? 당장 오늘내일 어린이집 행사라 급하게 사셨을 텐데...'
'어깨조절하는 걸 설명을 못 해 드렸네...'
'나 왜 이렇게 소심해졌지?'
난 왜 최상의 상품으로 구매자에게 만족을 주려고 하는 것일까?
중고거래인데.
중고거래의 소심쟁이가 되었다.
난 절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겼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괜찮은 물건을 받았고,
덤으로도 많은 물건들을 받았다.
그 사람들의 흔적을 살피며, 지저분하다는 생각보다는 어떤 흔적인지 알기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받았던 행복했던 기억들 때문에
나도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나 보다.
중고인데 말이다.
사기 치는 사람들은!
꼭 똥이라도 밟길... 그리고 꼭 죗값을 받길!
**이은경 작가님의 '오후의 글쓰기' 도서에 있는 글쓰기 과제를 연재합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